한국일보 70년·70대 특종

전경환씨 돌연 출국(1988)

1960~1970년대 국제공항은 대한민국에서도 매우 특수한 장소였다. 해외 여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던 당시 여건상 공항을 드나드는 인물들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신문 지면을 장식할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었다. 한국일보가 경쟁지에 앞서 공항 출입기자를 배치하고, 수많은 특종을 공항에서 발굴해 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다수의 공항 특종 가운데 대표 사례가 1988년 3월 전경환 특종이었다. 노태우 정권의 5공 청산작업이 시작될 무렵인 1988년 3월 18일 ‘전경환씨의 도피성 일본 출국’을 한국일보가 가장 먼저 포착했다. 그리고 이를 포착한 기자는 앞서 말한 그 누구보다 공항 사정을 잘 알고 있던 한국일보 공항 출입기자였다. 주인공은 당시 김포공항에 상주하던 이황 기자였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새마을운동 중앙본부회장이던 전경환씨가 이날 오후 6시 53분 일본 오사카행 KAL722편으로 출국한 사실을 다수의 제보를 통해 확인해 본사에 알렸다. 한국일보의 특종 기사는 5공 청산의 물꼬를 텄다. 전씨의 도피성 출국이 이튿날 아침 보도되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여론의 추는 5공 청산으로 급물살을 탔다. 거세게 저항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 측도 검찰 조사에 순순히 응해야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통을 받고 전경환씨가 20일 오후 김해 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여론을 등에 업은 검찰은 곧바로 새마을운동본부 및 감사원 내무부 등에서 관련자료 일체를 넘겨받아 전경환씨와 새마을 본부 비리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5공 청산의 본격 신호탄을 알린 이 특종 보도는 1988년 제20회 한국기자상(취재보도부문)을 수상했다. 공교롭게도 전경환씨 관련 특종은 이후에도 한국일보의 몫이었다. 귀국 후 열흘 만에 검찰에 출두하던 전씨의 뺨을 일반 시민이 때리는 순간이 한국일보 카메라에만 포착됐다. 전씨는 해외 재산도피 및 공금횡령 등의 죄목으로 검찰에 소환된 상태였다. 전씨는 30일 구속됐다. 한국일보 31일 자에는 전씨의 구속영장 전문이 실렸다.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여름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요즘 도시의 밤은 ‘별’ 볼일이 없다.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불빛이 가득해 머나먼 곳에서 반짝이는 별들이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별을 보려면 사람이 살지 않는 불빛이 없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얼마 전 반딧불이를 본 감동이 진하게 남아 이번엔 빛나는 별을 찾아 강원 고성군 금강산 자락에 있는 신선대에 올랐다. 이곳은 산 정상이 그리 높지 않지만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관광객이 찾지 않는 곳이라 별을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밤이 깊어가고 산 아래 불빛들이 하나둘 꺼지자 하늘엔 별들이 점점 밝게 빛났다. 반달이 구름 뒤에 숨자 그렇게 보고 싶었던 은하수가 설악산의 명물인 울산바위를 무대 삼아 주연 배우처럼 등장했다. 밤하늘에 은빛 모래를 뿌려 놓은 것 같은 무수한 별들과, 흐르는 강물처럼 굽이굽이 펼쳐진 은하수에는 금방이라도 하얀 쪽배가 보일 것 같았다. 경이로운 풍경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은하수를 동요 속에서만 접할 수 있게 됐다.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항상 밝은 빛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그 빛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자 ’빛공해’라는 단어까지 생겼다. 지금이야 상상이 가지 않겠지만 예전 시골에서는 밤이면 오로지 달빛에 의존해 생활했다. 지금이라도 가끔은 어둠에 좀 익숙해지면 어떨까. 어쩔 수 없이 갖은 공해에 찌들어 살지만 캄캄한 밤하늘에 수놓인 영롱한 은하수를 본다면 몸과 마음에 달라붙은 때가 벗겨질지도 모른다.

더 알고 싶은 이야기

한국일보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