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빛과 그림자' 보수야당-민주·정의당 조명은 달랐다

입력
2020.10.25 17: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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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별세한 고 이건희 (가운데) 삼성그룹 회장. 삼성전자 제공

25일 별세한 고 이건희 (가운데) 삼성그룹 회장. 삼성전자 제공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에 정치권은 일제히 애도했다. 하지만 고인의 삶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경영권 편법 승계, 무(無)노조 경영, 정경유착 등 ‘이건희 삼성’의 그림자를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등 보수 야당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시킨 이 회장의 업적에 방점을 찍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 뉴시스


민주당은 이날 허영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이 회장은 삼성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며 한국경제 성장의 주춧돌을 놓은 주역이었다”고 애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회장의 공(功) 뿐만 아니라 과(過)에도 방점을 찍었다. 허 대변인은 “삼성은 초일류 기업들을 표방했지만, 과정은 때때로 초법적이었다”며 “경영권 세습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등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들은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며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했다.

정의당도 냉랭한 평가였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회장은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이라는 초법적 경영 등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어졌다"며 "이제 그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지우고, 재벌개혁을 자임하는 국민 속의 삼성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종철 대표는 조문은 가지 않을 예정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경북 경주시 단석산 천주사에서 열린 제68주년 김유신 장군 추모제에서 축사하고 있다. 경주=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경북 경주시 단석산 천주사에서 열린 제68주년 김유신 장군 추모제에서 축사하고 있다. 경주= 뉴스1


반면 국민의힘은 등 보수야당은 이 회장의 업적에 초점을 맞췄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고인은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첨단 분야에서 삼성이 세계 1위의 글로벌 기업이 되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국민의 자부심을 높였던 선각자였다”고 했다. 이어 “고인이 생전에 보여준 세계 초일류 기업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 ‘마누라, 자식 빼놓고 모두 바꿔라’라는 혁신의 마인드는 분야를 막론하고 귀감이 됐다”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삼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세계 속에 우뚝 세운 이건희 회장의 기업사를 후대가 기억할 것이다. 일생 분초를 다투면서 살아왔을 고인의 진정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 회장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반도체, 휴대폰, 가전으로 삼성을 세계 일등기업으로 일으켰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성장을 견인하면서 우리 경제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 회장은) 볼모지 대한민국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해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리더 기업을 우뚝 세워내셨다"며 "고인의 선지적 감각, 도전과 혁신 정신은 우리 모두가 본받아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석 기자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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