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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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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채 상병 특검법, 대통령 거부해도 21대 국회서 합의 처리해야"

김진표 국회의장이 채 상병 특별검사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22대 국회 개원 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믹타(MIKTA) 회의 참석차 멕시코를 방문한 김 의장은 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5월 말에) 22대 국회가 출범하는데,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여야 합의로 처리했으니 채 상병 특검법도 합의해서 (22대 개원 전) 처리해야 할 것 아니냐"며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내용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합의 처리된 뒤 의사 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김 의장이 민주당 요구를 수용하고 변경 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법안이 상정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기로 했고, 대통령실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김 의장은 "법안의 모든 절차를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게 의장의 역할"이라며 "일부 여당 의원이 5월 20일 이후 상정을 요청했지만, 그러면 법안 자체가 폐기될 수 있으니 그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경우 제가 만든 조정안을 가지고 여야가 합의해 결국 희생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게 됐다"며 "저는 채 상병 특검법 역시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9일에 선출 예정인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게도 "외국 순방 중이지만 통화해 함께 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차기 국회의장 후보들의 '정치적 탈중립' 주장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은 "여대야소라면 정부의 시녀로, 여소야대라면 야당의 안건 일방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지난 2년처럼 정치는 대립과 갈등으로 국민 민생 문제 해결에 무능해졌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공수처 수사기간부터 정하자"... '채 상병 특검' 놓고 與 내부서 '조건부 수용' 목소리

'채 상병 특검법' 정부 이송… 본회의 처리 닷새 만

#尹-李 첫 영수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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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입원 앞둔 이재명에 직접 안부 전화... '핫라인' 첫 가동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직통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지난달 29일 영수회담으로 얼굴을 맞댄 지 9일 만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핫라인'이 처음 가동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뚜렷한 회담 성과가 없어 한풀 꺾였던 두 사람의 대화 물꼬가 다시 재개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영수회담 때처럼 먼저 손을 내민 건 윤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40분께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건강을 염려하는 안부 인사를 건넸다고 민주당은 공개했다. 전날 저녁 민주당은 이 대표가 병원 치료를 위해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휴가를 낸다고 공지했다. 윤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이 대표의 입원 소식을 전해 듣고, 크게 염려하며 빠른 쾌유를 기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표 역시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2년 전 대선 이후 두 사람이 서로의 휴대폰으로 직접 통화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양측 공히 참모를 통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의 만남을 제안하는 통화의 경우 양측 참모를 거쳐 성사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전화를 직접 걸어 이뤄진 첫 통화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앞서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이 대표와의 '핫라인 구축'에 공을 들였다는 사실은 한국일보 보도(7일 자 1면 尹 "이 대표 도움 절실", 李 "신뢰 회복이 우선"... 영수회담 막전막후)를 통해 알려졌다. 영수회담 사전 조율에 나섰던 함성득 경기대정치전문대학원장은 지난 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회동 의지를 강조하며, 핫라인 구축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언제든 직접 이 대표와 소통하고 싶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 요청을 받은 함 원장은 이 대표를 만나 윤 대통령의 직통번호를 직접 전달하고, 이 대표의 직통번호를 받아왔는데, 윤 대통령 휴대폰에 이미 '이재명 후보'로 번호가 저장돼 있었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로 바꾸고 "앞으로 핫라인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날 통화는 핫라인의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尹, 이재명 대표에 직통 전화로 건강 안부 전했다

尹 "총리 추천해달라, 부부동반 만나자"... 유화 제스처에도 李 "위기모면용은 안돼"[영수회담 막전막후]

#의대 정원 확대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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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이어 제주대도… '학칙 개정 부결' 의대 증원 복병 되나

대학 학칙 개정이 의대 증원 정책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부산대 교무회의에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위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된 다음 날, 제주대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도 관련 학칙 개정안이 부결됐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중 20곳에서 학칙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 이 같은 부결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의대 정원은 정부가 결정하면 대학은 반드시 학칙에 반영해야 할 사항이라며, '학생 모집 정지'와 같은 초강수 제재까지 언급하며 단속에 나섰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중 이날까지 학칙 개정을 완료한 곳은 12개교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은 학생 정원에 관한 사항을 학칙으로 정해야 한다. 학내 반발로 학칙 개정이 보류되는 대학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제주대는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의대 증원을 담은 학칙 개정안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오후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는 내년 전형계획 변경안 심의를 보류했다. 부산대에서는 차정인 총장이 전날 부결된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해줄 것을 교무회의에 요청했다. 강원대는 이날 평의원회에서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이 심의될 예정이었으나, 부산대 부결의 여파로 심의를 5월 중순 이후로 미뤘다. 학칙 개정을 완료하지 못한 대학 중에는 의대 증원을 두고 대학본부와 의대 간 갈등이 심했던 대학이 다수 포함돼 있다. 가장 많은 증원 인원(151명)을 배정받아 학내에서 큰 반발이 일었던 충북대는 14일 교무회의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심의한다. 강원대는 의대 교수들이 삭발 시위까지 했다. 충북대 다음으로 많은 정원을 배분받은 경상국립대(124명) 충남대 가천대(각 90명)도 학칙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만약 늘어난 의대 정원을 학칙에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나온다면, 대학에 구속력을 갖는 정부의 결정(증원)과 학내 규범(학칙)이 상충돼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의정 간에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정책 수행 과정에서 발효된 여러 행정명령의 적법성을 두고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부산대와 제주대의 사례가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대학별 학칙 개정이 법령의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의대 정원의 최종 결정권은 대학이 아닌 정부에 있다면서, 대학이 정부 방침에 따라 학칙을 고치지 않으면 행정처분으로 '일벌백계'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의료인·교원 등을 양성하는 대학의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고등교육법은 대학이 교육 관련 법령이나 명령을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대학은 1차로 총입학정원 5% 이내에서 학생 모집 정지, 2차로 같은 범위에서 정원 감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설령 교무회의 등 학내 기구에서 학칙 개정을 반대하더라도, 총장이 결정권자로서 학칙 개정을 관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오 차관은 "최종적으로 학칙을 공포하고 효력을 발생하게 하는 결정권자는 총장"이라고 강조했다. 사태 여파가 얼마나 번질지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이달 11일 임기를 마치는 차정인 부산대 총장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차 총장이 '학내 반발'과 '행정처분' 사이에서 정부의 학칙 개정 요구를 따를지가 관심사다. 부산대는 아직 차기 총장 인선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차 총장이 학칙을 개정하지 않고 퇴임할 경우 부총장이 총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어떤 총장이든 정원 감축까지 거론한 정부의 압박을 외면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국립대 총장은 "사립대는 재단이 증원을 결정하면 학내에서 뒤집기 어려울 테고, 국립대는 정원 감축이라는 엄청난 페널티를 감수하기 쉽지 않다"며 "(차 총장이 퇴임 후로 결정을 미룬다면) 직무대행이 무슨 힘이 있어서 결정을 하겠나. 차 총장이 결정하고 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대증원 반발' 의대생들이 총장 상대로 낸 가처분, 또 기각

20일까지 복귀해야 전문의 시험 응시 가능... "전공의 복귀할라" 경제지원 나선 의협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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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 전면 침공은 아냐" 수습 나선 미국… 휴전 협상은 또 쳇바퀴

이스라엘군(IDF)이 팔레스타인 피란민 140만 명이 몰린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국경검문소를 점령하면서 휴전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전면적인 라파 지상전'은 아니라며 협상 분위기를 유도하는 한편, 이스라엘로 향할 무기를 멈춰 세우는 방식으로 경고도 보냈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라파는 풍전등화 상태에 놓였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IDF가 탱크를 진격시켜 라파 검문소를 점령한 데 대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무기 밀수를 차단하기 위한 "규모·기간이 제한된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IDF가 '라파 전면전'에 돌입했다는 해석을 차단하려 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번 검문소 점령이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세는 협상 전술이었을 수 있으며,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인질 석방 협상 불발의 대가를 하마스에 지우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다만 미국 정부도 이스라엘행 무기 수송을 멈춰 세우는 등 이스라엘 지상군의 전면적인 라파 진격 가능성을 한껏 경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관리 두 명을 인용해 "미 정부가 지난주 이스라엘에 수천 기의 무기 수송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수송이 중단된 무기는 △2,000파운드(약 900㎏) 폭탄 1,800개 △500파운드(약 225㎏) 폭탄 1,700개 등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이 폭탄들이 라파 공격에 사용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 수송을 멈췄고, 라파 지상전 반대를 강조하려는 경고 목적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보낼 무기를 막아선 사례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휴전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양측 입장 차는 여전하다. 게다가 이날 이스라엘이 라파 검문소를 점령하면서 협상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날 "라파와 가자지구 전역에서 하마스를 제거하거나 첫 인질이 돌아올 때까지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자,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 계속된다면 휴전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그럼에도 미국은 낙관론을 폈다. 이날 커비 보좌관은 "문서(휴전안)를 보면, 간극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커비 보좌관의 낙관적 발언은 인질 거래와 휴전으로 이어지는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백악관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협상 대표단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 이집트, 카타르 중재하에 휴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남부에서 가자지구로 진입할 수 있는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를 폐쇄했다가 구호물자 반입을 막지 말라는 국제사회 압박에 따라 8일 통행을 재개시켰다.

“유대인 향한 증오 안 된다”… 미 대학 반전 시위대 압박한 바이든

협상 재개는 됐지만… 네타냐후 "하마스 안은 라파 공격 방해하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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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도 아기도 건강했는데… 해장국 먹고왔더니 아내가 쓰러졌다

“오빠, 오늘 잘생겼다.” 출산 전 무통주사를 맞고 침대에 옆으로 누워 있던 최정민이 갑자기 고개를 뒤쪽으로 돌리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정민의 허벅지, 엉덩이를 마사지해주던 김교식은 부끄러운 듯 눈을 피했다. 곧 둘째가 나올 것이기에, 부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살뜰한 정민은 분만 직전 시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 저 이제 들어가요.” 2022년 10월 11일 오후 7시 40분, 대구의 한 분만병원에서 갓 태어난 남자 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도, 산모도 건강했다. 의사는 분만 시 절개한 회음부를 봉합하고 있었다. 그런데 커튼 너머 산소포화도 측정기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아내 질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후 8시 40분쯤, 김동수(71·가명)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들 교식이 “아버지, 정민이가 이상해요”라고 울먹거렸다. 깜짝 놀란 동수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며느리 정민이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의식은 없었다. 5㎞ 거리에 경북대병원이 있어, 빨리 가면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구급차 안에서 정민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교식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여보, 제발 정신 좀 차려 봐.” 하지만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민은 심장이 멎었다. 만 34세. 지병 하나 없던 아내가 아기를 낳고 1시간 40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양수색전증. 분만 중 양수나 태아의 조직이 산모의 혈관으로 들어가 호흡곤란, 경련, 출혈, 심폐정지 등을 일으키는 치명적 질환이다. 하지만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에 의해 일어나는지 밝혀진 건 없다. 그날 이후 부자의 삶은 멈췄다. 며느리를 딸처럼 여겼던 동수는 분만 직전 정민과 나눈 통화녹음을 지금까지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교식은 분만 직전 자신을 바라보며 “잘생겼다”고 했던 정민의 모습이 요즘도 꿈에 나온다. 대학병원에서 10년 이상 환자를 봐온 산과(産科)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모성사망을 "예고 없이 찾아오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은 사망 시기가 예측 가능해 본인도 가족도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 교통사고를 비롯한 중증외상은 느닷없이 닥치지만 사인은 명확하다. 하지만 모성사망은 건강했던 산모가 아기를 낳다가 예고 없이 눈을 감는 경우가 많아 황망함이 더하다. 한국일보가 최근 10년간 의료 소송 판결문과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사례 등을 토대로 산모 103명의 죽음을 추적한 결과도 비슷했다. 산모 10명 중 7명은 분만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진 맥박·호흡·체온 등 생체활력 징후에 이상이 없었지만, 출산 중 또는 출산 이후 갑자기 질환이 생겨 며칠 만에 사망했다. 특히 양수색전증에 걸리면 정민처럼 몇 시간 만에 사망하기도 했다. 산후출혈이나 임신성 고혈압도 순식간에 산모 상태를 악화시켜 목숨을 앗아갔다. 박도윤(가명·40)씨에게 찾아온 아내의 죽음도 그랬다. 아내는 임신 37주 차인 2012년 10월 22일 오후 8시쯤, 제왕절개로 3.34kg 아기를 출산했다. 이상 징후가 없어 2시간 뒤 일반실로 옮겨졌다. 한숨 돌린 박씨는 근처에서 해장국을 먹고 40분 만에 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했다. 갑작스러운 산후 출혈로 의식을 잃은 아내는 20여 일 뒤 세상을 떠났다. 권영준(가명)씨도 아내를 허망하게 떠나보냈다. 2010년 6월, 아내는 제왕절개로 셋째를 출산했다. 아기와 산모가 건강해 보여, 권씨는 일요일 아침 예배를 위해 다음 날 교회에 갔다. 감사 기도를 드리고 정오쯤 병원으로 돌아왔는데, 아내가 의식이 없었다. 의사가 기도삽관을 시도하고, 심폐소생술까지 했지만 아내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다리 쪽 정맥에서 생긴 혈전(피딱지)이 폐로 이어지는 혈관을 막는 폐색전증이 원인이었다. 애초에 산모가 건강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았다. 사망한 산모 103명 중 수술 이력이나 고혈압, 당뇨 같은 기저질환이 있던 산모는 19.4%(20명)에 그쳤다. 분만 직전 체온·맥박·호흡·혈압 등에 이상이 있는 산모도 31.0%(32명)에 불과했다.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까진 대부분 멀쩡했기에, 산후출혈이나 색전증 같은 합병증의 발병을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는 뜻이다. 산모 103명 중 45명(43.7%)은 색전증으로 사망했다. 색전증은 예방이 쉽지 않은 데다, 사후 대처도 어렵다. 일단 발병하면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사망한 산모 45명 중 33명(73.3%)은 분만 당일 또는 다음 날 눈을 감았다. 2009년 박모(32)씨는 임신 40주 차 때 유도 분만(약물로 자궁 수축을 일으켜 출산)을 하다가 여의치 않아 제왕절개 수술대로 옮겨지다 의식을 잃고 30분 만에 사망했다. 부검 결과, 폐에서 점액과 솜털 등 양수 성분이 발견됐다. 양수색전증이었다. 최고 의료진을 보유한 상급종합병원(대형병원)도 양수색전증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2013년 4월, 경기도 한 대형병원 병실에서 아내 몸을 주물러주던 이모(32)씨는 파랗게 변한 아내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는 두어 시간 전만 해도 아기를 낳고 혼자 걸어 다닐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이씨가 의사를 부르려던 찰나, 아내가 ‘헉’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었다. 의료진이 달려와 산소를 공급하고 수액치료를 했지만 얼마 뒤 심정지가 왔고, 다음 날 새벽 눈을 감았다. 양수색전증은 골든타임도 짧고, 처치도 어렵다. 산모 8,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고, 사망률도 6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번 발병하면 불가항력적인 죽음에 가까운 셈이다. 산후출혈(28건·27.2%)은 양수색전증 다음으로 산모들을 숨지게 했지만,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산후출혈로 산모가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조건이 있다. ①산모가 30분, 늦어도 1시간 내 대학병원으로 옮겨져야 하고 ②의료진이 즉각 응급처치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산후출혈 사망 사례 중에는 두 조건 중 하나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2017년 아내를 잃은 이성빈(50)씨가 그랬다. 아내는 4월 24일 밤 11시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지만, 자궁 출혈이 너무 심해 큰 병원으로 가야 했다. 종합병원이 2㎞ 거리라 금방 도착했지만, 자정이 넘은 시각이라 응급처치를 해줄 의사가 없었다. 3시간이 지나서야 출혈을 멈추기 위한 시술(색전술)이 이뤄졌지만, 아내는 심정지로 사망했다. 의료 접근성이 산모의 생사를 가르기도 했다. 박도윤씨 아내가 출산한 충남 공주의 산부인과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병원은 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었다. 박씨 아내의 산모용 패드가 다 젖을 정도로 출혈 증세를 보인 시점이 밤 10시 30분. 대형병원 응급실에 자정쯤 도착했지만, 아내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모성사망을 유발하는 질환 중 그나마 예측 가능한 것은 임신성 고혈압이다. 임신에 따른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혈압이 올라가면서 신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단백뇨가 나타나는 병이다. 임신 20주 이후에 고혈압을 동반한 단백뇨가 관찰되면 임신중독증으로 진단한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병은 아닌 셈이다. 다만 적정 치료(분만) 시기를 놓치면 순식간에 상태가 악화해 산모가 사망할 수 있다. 맏딸을 잃은 김성현(가명·79)씨가 그랬다. 2017년 2월, 임신 35주 차 딸의 혈압은 157/96mmHg, 단백뇨 수치는 1,000mg에 달해 기준치를 초과했다. 부기가 너무 심해 슬리퍼조차 신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의사는 일주일 뒤에 제왕절개를 하자며 산모를 돌려보냈다. 다음 날 오전 딸은 우측 옆구리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뱃속 쌍둥이 중 한 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딸도 몇 시간 뒤 간 파열로 눈을 감았다. 이재혁(가명·63)씨도 비슷한 시기에 딸을 잃었다. 새벽 3시쯤 임신 36주 차 딸은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전날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한 육아용품을 산 뒤 친구 집에서 자다가 극심한 두통이 찾아온 것이었다. 응급실 도착 당시 수축기 혈압은 정상 범위를 훨씬 초과한 211mmHg.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 의사는 “혈압이 오르면 바로 아기를 꺼내야 한다”고 당부했던 터였다. 딸은 병원에 그 얘기를 전했지만, 제왕절개는 오전 8시에야 이뤄졌다. 분만 후에도 두통을 호소한 딸은 오후 3시쯤 이씨에게 “머리가 아파” 하더니 탱크가 지나가듯 코를 골았다. 그때 이후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 뇌내출혈이었다. 박지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아기와 태반을 꺼내기 전까지는 산모 상태가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는데, 그 속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며 “오늘 간 수치가 정상이었는데 다음 날 30배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분만 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은 아무리 늦어도 1시간 내에 산모를 응급 처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원준 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색전증이나 산후출혈 같은 응급 상황이 닥치면 몇 분만 처치가 지체돼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산과, 마취과, 소아과, 영상의학과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고위험 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를 더욱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산모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족들은 병원이나 의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지만, 의료진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는 30%를 넘지 못했다. 본보가 조사한 의료 소송 71건 중 의료진 책임이 인정된 경우는 29건(40.8%). 이 중 8건은 의료진이 사전에 사망 가능성 등을 설명하지 않은 경미한 과실이라, 실제 과실이 인정된 건 21건(29.6%)에 그쳤다. 의료소송 전문 정현진 변호사는 “배상 책임이 인정돼도 그 비율은 청구 금액의 20~30% 정도”라며 “법원도 출산은 위험성을 내포한 행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인에 따라 재판 결과는 차이가 있었다.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가 쉽지 않은 양수색전증의 경우, 최근 판결 20건 중 의료과실이 인정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폐색전증도 소송 9건 중 유족 승소는 1건에 불과했다. 반면 골든타임이 존재하는 산후출혈은 20건 중 10건에서 과실이 인정됐다. 주로 병원 측의 사후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임신성 고혈압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유족이 다수 승소(7건 중 5건)했다. 고혈압이나 단백뇨 등의 사전 징후가 있고, 이 증세가 중증으로 발전해 산모가 사망했다는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이다. ▶돌아오지 못한 산모들: 모성사망 103건 아카이브 인터랙티브 기사도 읽어보세요. 산모가 출산 중 왜 사망했는지 객관적 상황들과 유족 13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목이 클릭이 안 되면 아래 주소를 입력하세요. 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pregnancy-g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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