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술핵'인가…도발 수위 높이는 北의 '최종 좌표'

입력
2022.10.11 18:30
수정
2022.10.11 18:3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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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 모습.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 모습. 평양=노동신문 뉴스1

'전술핵' 위협이 급속도로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최근 보름 동안 7차례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이 10일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전훈련"이라고 밝히면서다. 북한이 전방지역 전술핵 배치 계획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운용부대를 동원해 훈련에 나선 건 처음이다. 이에 맞서 국내에서도 맞불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 여론이 고개를 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대체 전술핵이 무엇이길래 남북한 모두 이처럼 법석을 떠는 것일까.

①전술핵은 소형 핵무기...파괴력은 전략핵과 다름없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의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에 참석해 해군사령관과 모자를 바꿔 쓰고 사진을 찍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의 연포온실농장 준공식에 참석해 해군사령관과 모자를 바꿔 쓰고 사진을 찍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과거 전술핵은 전략핵과 구분되는 개념이었다. 전략핵은 대도시 전체를 초토화시킬 정도인 반면 전술핵은 국지전에 사용되는 무기로 통용됐다. 사거리가 5,500㎞를 넘고 폭발력이 메가톤(Mt·TNT 100만 톤 위력)을 넘으면 전략핵, 사거리가 그보다 짧고 폭발력이 킬로톤(Kt·TNT 1,000톤 위력)에 그치면 전술핵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히 전술핵은 핵사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북한이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선제사용'을 법에 규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쏘겠다고 줄곧 위협하는 것도 전술핵이다.

다만 이 같은 전통적인 구분은 기술의 발전으로 흐릿해졌다. '증폭 핵분열(Boosted fission)'을 통해 핵탄두의 위력을 끌어올리면 전술핵으로도 전략핵의 폭발력을 낼 수 있다. 북한이 지리상으로 가까운 한반도 남측지역뿐만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전술핵을 실어 미국 본토를 겨냥해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이다.

핵무기의 위력과 별개로 북한이 핵을 전술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북한은 전시에 군단장급 지휘관에게 화학무기나 생물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상태다. 전략무기 사용권한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위임한 것과 차이가 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11일 "북한군 일선 지휘관이 미사일이 아닌 초대형 방사포에 핵을 실어 남측을 향해 쏜다면 전술핵과 전략핵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②北은 왜 전술핵 고집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줄곧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를 추구해 왔다. 이는 통상 직경 90㎝, 무게 1톤 이하 핵탄두를 의미한다. 전술핵과 통하는 개념이다.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이미 직경 60~80㎝급의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관측도 있다.

전술핵의 강점은 작고 무게가 가벼워 다양한 종류의 단거리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북한이 2019년 5월 이후 집중적으로 발사해온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에 전술핵을 장착할 수 있다. 발사 후 1분 정도면 서울 상공에 도달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술핵 실전배치가 임박했거나 이미 완료된 것으로 평가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여단이 9개에서 14개로 늘어났다고 하는데, 전술핵 사용부대가 새로 창설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6월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남측 동해안 지역이 담긴 지도가 등장하며 작전계획을 수정했다는 설명이 달린 적이 있다. 당시 대한민국 전체가 북한의 전술핵 사정권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③섞어 쏘면 방어 불가능

북한이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이 저수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문제는 한미 미사일 방어망으로 북한 전술핵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는 점이다. KN-23과 KN-24에 초대형 방사포 수십 발을 한꺼번에 섞어 쏘면 미사일 요격체계인 킬체인이 무력화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춘근 위원은 “일단 전술핵 투발 수단이 굉장히 다양하고, 한꺼번에 여러 발을 쐈을 경우 실제 어느 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었는지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술핵 공격에 자유롭지 않은 일본의 이나다 도모미 전 방위장관도 최근 언론에 “북한에서 수십 발을 쏴올 경우 반격 능력이 있어야 일본을 지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저고도 변칙기동이 두드러지는 KN-23은 그 자체로 요격이 어려운데다 전술핵까지 탑재하면 위협 수준은 배가 된다. 최근 북한이 저수지에서 쏘아올린 미니 잠수함탄도미사일(SLBM)도 발사 원점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워 방어가 여의치 않을 수밖에 없다.

다만 저수지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가 이뤄질 때 무기체계로서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며 “한미 감시를 회피하고 우리의 '킬체인' 능력을 상당히 의식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다”고 평가절하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전술핵) 투발수단들은 현재 우리가 보유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로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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