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광산 매몰사고는 폐기물 때문?… 안전조치 집중 수사

입력
2022.11.06 08:40

내부고발자 "폐기물 1만 톤 이상 매립"
산업부, 일부 사실 확인·작업 중단 명령
업체, 부정확 도면으로 진단...작업 재개
8월에도 매몰사고로 1명 사망·1명 부상

윤영돈 봉화소방서장이 봉화 아연광산 매몰자 구조 다음날인 5일 구조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용호 기자

윤영돈 봉화소방서장이 봉화 아연광산 매몰자 구조 다음날인 5일 구조과정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용호 기자

경북 봉화 아연광산 토사 누출 사고로 고립된 광부 2명이 221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되면서 '해피엔딩'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고가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탓에 발생했다는 비판은 면키 어렵게 됐다. 사고가 난 광산에서 이전부터 안전 문제가 제기됐고, 두 달 전에도 매몰사고로 2명의 사상자를 냈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봉화 아연광산 갱도 매몰사고의 주원인은 제1수직갱도(수갱) 지하 46m지점에서 갑자기 30여분간 쏟아진 고운 모래 형태의 뻘 내지 토사 때문이다. 광산 지하 46m에 고운 모래 형태의 토사가 자연상태로 있을 리 만무하다.

토사는 광산 측이 폐갱도에 매립한 광산폐기물로 보인다는 게 광산 주위의 지적이다. 지난해 한 내부고발자는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광산 측이 1만 톤이 넘는 슬러지 형태 광산폐기물을 매립했다'고 고발했다. 폐기물은 원광석을 제련소에 납품하기 위해 순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나온다.

슬러지에 중금속 등 수질오염 물질이 기준치 이하이고, 광산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폐갱도 매립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안전'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폐기물 매립 의혹이 제기되자 현장 점검을 벌여 일부 사실을 확인하고 폐갱도 매립작업 중단을 명령했다. 환경오염 저감대책을 마련하고, 정밀안전 진단을 하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측은 이번 매몰사고 직후 "업체에서 진행한 정밀안전진단에서 환경오염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사고 지점은 진단 대상에서 제외했다. 채굴에 나섰던 광산회사인 성안엔엠피코리아의 이상권 부소장도 "안전진단을 한 곳은 사고가 발생한 1수갱 아래 지점에서 남쪽으로 70여 미터 떨어진 곳"이라고 말했다.

봉화 아연광산은 일제강점기 때 개발돼 몇 차례 손바뀜과 휴광 등 우여곡절 끝에 2000년대 후반부터 다시 채광을 시작한 곳이다. 내부 갱도가 복잡하고, 도면이 부정확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고립자 생사 확인을 위한 시추가 잇따라 실패했던 것도 부정확한 갱도 도면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광산에선 지난 8월 29일에도 갱내에 쌓아둔 광석 더미가 무너지면서 광부 2명이 매몰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관계자는 "안전명령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위험 갱도에 대한 안전대책을 제대로 세웠는지 등을 조사해 불법사실이 드러나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경찰청도 5일 3개팀 18명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사고 경위를 규명하고,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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