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찰 탓", 野 "대통령실 경호 부담 탓" 이태원 참사 국회 질의 엇갈려

입력
2022.11.07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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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등 경찰 간부 책임 추궁한 국민의힘
민주당은 참사와 대통령실 사이 고리 부각
이상민, 사퇴설에 "사의표명한 적 없다" 일축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해 실시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여야의 표적은 극명히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경찰의 부실 대응 문제를 파고든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을 비롯한 윗선 책임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퇴설을 일축했다.

이임재, 류미진 등 경찰 간부 책임 추궁한 국민의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참사 사실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하는 데 1시간 20분이 걸린 점을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따져 물으며 “참사를 고의로 방치한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장 의원은 “언론에 드러난 상황을 보면 업무상과실치사"라며 "'살인 방조' 세월호 선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와 달리 “사상 최초로 정치적 부담을 안고도 112녹취록을 완전 공개하는 모습을 보고 강력한 진상 규명 의지를 느꼈다”고 추켜세웠다.

경찰 부실 대응의 뿌리를 문재인 정부에서 찾는 주장도 나왔다. 같은 당 정우택 의원은 참사 당일 보고 지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류미진 총경(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이 전 서장과 류 총경이 같은 지역의 경찰대 출신이고, 문재인 정권 퇴임 3개월 전 단행된 알박기 인사에서 요직으로 영전된 인물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라고 언급했다. 두 사람이 전 정부에서 혜택을 본 ‘경찰 하나회’라고도 했다. 이런 주장에 윤 청장은 “선뜻 동의한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거리를 뒀다.

행안위 여야 의원들은 이날 자진 출석을 거부한 이 전 서장과 류 총경,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3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오는 16일 행안위 전체회의에 부르기로 의결했다.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윤희근(왼쪽부터)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향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윤희근(왼쪽부터)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향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참사와 대통령실 사이 고리 부각

민주당은 참사와 대통령실 사이의 고리를 집중 조명하려 했다. 천준호 의원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용산경찰서가 대통령실 경비, 경호 부담이 커져 무게 중심을 치안이 아닌 대통령실 경호로 바꾼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천 의원은 또 “대통령까지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니 경찰이 다른 업무를 제치고 마약 범죄에만 집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청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에 마약 단속 형사 인력을 늘린 것은 자신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서울경찰청은 마약에 대해 7월부터 특별 단속을 시작했고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의원님들이 마약 특별대책을 수립하고 특별 관심을 가지라 하셨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의 고교·대학 후배인 이상민 장관을 향한 견제도 쏟아졌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은 참사 후 책임 회피로 희생자와 유족을 분노케 했다. 장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물러나는 것”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현재로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수행할 것”이라며 당장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경질에 대한 언급을 받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박희영(오른쪽) 용산구청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희영(오른쪽) 용산구청장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오세훈 "무한 책임 느낀다"면서도...박희영 "지역 주민 문자 보고 참사 알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주최 측이 없더라도 관련 법과 시행령에 따라 지역 축제로 보고 지자체가 관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이해식 민주당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오 시장은 “법령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사고가 벌어진 것에 대해 서울시는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자세를 낮췄다. 다만 이태원을 관광특구로 지정한 뒤 안전 관리에 손을 놓았다는 지적에는 “관광특구로 지정한다고 서울시에 질서 유지나 안전관리 의무까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반박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당일 현장에 나가 있던 구청 공무원이 아닌, 지역 주민으로부터 오후 10시 51분쯤 휴대폰 문자를 받고서야 사태를 처음 인지했다고 인정했다. 박 구청장은 "참사와 관련해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진상 규명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이냐'는 질문에는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이라고 답해 야당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국회 법사위에서도 참사 원인 놓고 공방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이태원 참사 원인을 둘러싸고 민주당 의원들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설전이 벌어졌다.

박주민 의원은 한 장관도 강조한 바 있는 마약 수사와 관련해 “경찰이 마약 수사에 눈이 팔려서 (이태원 인파 관리를) 제대로 못했는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장관은 “마약 수사와 경비ㆍ교통 질서는 완전히 분리돼 운영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런 괴담 수준의 말씀을 하신 것을 참담하게 생각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한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으로서 (한 장관도) 사과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박범계 의원 언급에 “저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며 사과의 말을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국가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성택 기자
우태경 기자
손영하 기자
장재진 기자
박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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