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연임제한에 대하여

입력
2022.12.06 04:30
25면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는 어린 시절 이웃하고 있는 농협을 보며 자라왔기에 농협은 가족 같은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최근 신문에서 간간이 눈에 띄는 농협 회장 연임제 관련 기사에 눈길이 간다.

"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30조의 내용이다. 과거 몇 차례 연임했던 중앙회장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기에 농업협동조합법이 제정될 때부터 회장 중임을 금지해 온 것은 아닌 것 같다. 중임을 금지한 연유야 어찌되었든 대통령 외의 선출직에 대하여 법으로 중임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현행법상 중임을 금지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특별감찰관, 공수처장 등 고도의 권력기관, 국가기관 외에는 법으로 중임을 제한하는 사례가 없다. 국회의원도 연임에 제한이 없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하여는 3기까지 계속 재임을 허용하고 있기에 농협 회장의 중임을 금지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우리 헌법은 농민자조조직의 육성과 그 자율적 활동 및 발전 보장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농업협동조합법' 제1조도 농협을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으로 선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회장직의 중임을 금지하는 것은 농업협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임기와 관련한 유사 사례에서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판단해 온 법리에 따르면 중임금지 규정이 공직에 취임할 수 있는 권리, 즉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무담임권 침해문제에 관한 판례로서, 지방자치단체장의 계속 재임을 3기로 제한한 '지방자치법'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이 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긴 하나, 피해의 최소성 등이 인정되기 때문에, 법률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말하는 피해의 최소성이란 연속으로 지자체장에 선출되지 않으면 제한 없이 입후보할 수 있고, 연속으로 선출된 경우에도 12년까지 계속하여 재임할 수 있으며, 그 후 입후보하지 않을 경우 다시 12년을 재임할 수 있는 등 법률상 제한에 따른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였다는 것이다. 즉, 헌법재판소는 공무담임권의 제한은 있으나 위헌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논리에 농협 회장 중임금지 규정을 대입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생각건대, 일생에 단 한 번, 4년 동안만 회장직을 허용하는 현행 규정은 피해의 최소성을 충족하고 있다는 판단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설령, 쌀 시장격리와 같은 정부사업을 위탁·수행하는 등 농협의 공공성에도 불구하고 농협 회장직은 공직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담임권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을 제한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농협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신협, 새마을금고 등의 중앙회장에 대하여는 모두 연임을 1회 허용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평등권 침해의 가능성도 있다.

현행 규정에 위헌성이 있다면 입법을 통해 이를 즉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임제 도입 시 편향적 조직운영, 연임을 의식한 포퓰리즘적 정책 남발 등 그에 따른 우려도 있을 것이나, 이러한 문제는 농협 스스로에 맡겨두고, 국가는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충실하는 것이 제 역할을 다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고관용 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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