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전쟁' 메디톡스, 6년 만에 대웅제약에 승소 "400억 배상"

입력
2023.02.10 1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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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균주 활용한 완제품 폐기해야"
"독자 개발했단 주장 받아들이기 어려워"

대전고등법원이 14일 메디톡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메디톡신 허가 취소 처분과 회수·폐기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메디톡스 사옥의 모습. 뉴스1

대전고등법원이 14일 메디톡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메디톡신 허가 취소 처분과 회수·폐기 명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메디톡스 사옥의 모습. 뉴스1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당했다며 대웅제약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메디톡스가 6년간의 법적 분쟁 끝에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 권오석)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대웅제약이 균주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을 폐기하고, 메디톡스에 균주를 넘기라고 판결했다.

메디톡스는 2006년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메디톡신’을 선보였으며, 대웅제약은 2014년 '나보타'를 출시했다. 메디톡스는 전직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품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며 2017년 10월 대웅제약을 상대로 1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청구금액을 500억 원으로 늘렸다.

대웅제약은 그동안 국내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해 분리에 성공한 것으로, 도용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메디톡스는 그러나 도용 의혹을 제기하며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라"고 맞섰다. 메디톡스는 이와 관련해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 혐의로 대웅제약을 형사고발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2월 균주를 훔쳤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검찰 판단과 달리 법원은 메디톡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제출된 유전적 특성과 역학적 증거의 신빙성을 봤을 때 대웅제약의 독자적 개발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웅제약이 균주 개발 공정 수립과정에 메디톡스 측 영업 비밀정보를 사용해 개발 기간을 3개월 단축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등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불법 취득해 상업화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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