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년 동안 '멈추지 않은' 네이버 IDC…전력 끊겨도 사흘은 끄떡없는 비결은

입력
2023.02.12 16:27
수정
2023.02.13 16: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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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으로 인터넷 안정적 연결 중요해져
'각 춘천' 10년 동안 끊김 없이 네이버 서비스 지원
원전급 내진 설계·자연 바람 이용해 열 낮춰

각 춘천 조감도. 네이버 제공

각 춘천 조감도. 네이버 제공


강원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IDC) '각 춘천' 지하 2층. 엄청난 규모의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굉음에 귀가 얼얼했다. 이곳에는 전력 공급이 끊어질 경우를 대비해 만든 '다이내믹 무중단전원공급장치(UPS)'가 있었다. UPS를 돌리기 위해 준비해 둔 기름 탱크에는 60만 리터(ℓ)의 경유가 담겨 있다. 연비 15㎞의 자동차로 지구와 달을 10회 왕복할 때 들어가는 양이다. 네이버는 바깥에서 전력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센터를 72시간 가동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터넷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가 중요해졌다. 특히 지난해 경기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온 국민이 혼란을 겪으면서 IDC 역할도 커지고 있다. 당시 네이버가 서비스를 빨리 복구하면서 그 비결이 주목받았다. 9일 찾은 각 춘천에서는 네이버가 지난 10년 동안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운영한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불이 나도 서비스 전면 중단 없다"

각 춘천 서버실. 네이버 제공

각 춘천 서버실. 네이버 제공


정수환 네이버클라우드 IT서비스본부장은 "춘천에서 불이 나도 서비스 전면 장애는 없을 것"이라며 "주요 서비스와 인프라를 곳곳에 떨어뜨려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3년 6월부터 국내 인터넷 포털 기업 중 처음으로 자체 IDC를 운영 중이다. 각 춘천은 축구장 7개 크기인 연면적 4만6,850㎡(제곱미터), 약 10만 유닛(Unit, 서버의 높이 단위 규격)의 서버를 두는 규모다. 비수도권에서는 가장 크다. '각'은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합천 해인사의 '장경각'의 정신을 잇겠다는 뜻이 담겼다. 북관, 서관, 남관 총 3개동의 서버실과 지하 UPS 및 모니터링 공간이 있는 본관이 디귿(ㄷ) 자로 놓여 있다.

특히 네이버는 지진, 정전, 화재, 산사태, 홍수 등을 염두에 두고 대비 시설을 마련했다. 이곳의 모든 건물은 진도 6.5 이상을 견딜 수 있다. 이는 웬만한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 수준과 같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장은 "2000년대 초반 대형 정전사고를 세 차례 겪으면서 위치를 고민했다"며 기존 수도권의 IDC와 거리를 고려해 춘천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제2의 IDC를 세종에 짓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통신사업자도 여러 곳을 이용하고 있으며 모의 훈련도 200회 넘게 했다.



외벽 바람길 만들어 춘천 차가운 열 흡수

각 춘천 외관에는 외부 바람을 흡수하는 데 효과적인 '바람길'이 설치되어 있다. 네이버 제공

각 춘천 외관에는 외부 바람을 흡수하는 데 효과적인 '바람길'이 설치되어 있다. 네이버 제공


전력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엿보였다. 서버는 사람 키보다 높은 곳에 있고, 열을 낮추기 위한 냉각 시스템이 눈에 띄었다. 네이버는 연평균 온도 11.1도인 춘천의 기후 조건을 활용해 자연 바람으로 서버실의 열을 낮추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연 바람이 불어오면 필터를 통해 미세먼지를 걸러 공급한다"며 "겨울철 차가운 공기는 서버실에서 나오는 폐열과 섞어 조절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바깥 벽에 차양 모양의 '바람길'을 설치했는데 햇빛은 최대한 막고 바람은 최대한 통하게 12도 각도로 휘어 있다. 서버실 안에서는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와 나가는 뜨거운 공기를 막는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IDC가 감당해야 할 데이터 양이 크게 늘고 있다. 네이버도 상반기 중 '서치 GPT'를 내놓는다. 올 상반기 완성되는 '각 세종'은 첨단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초거대 규모로 짓고 있다. 면적은 축구장 41개 크기이고 각 춘천의 여섯 배 많은 서버가 들어간다. 아시아 5위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한다. 노 센터장은 "공기로 냉각하는 방식 말고도 액체 냉각 등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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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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