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오작동으로 승객 137명 다른 비행기行... 법원 "조종사 징계 정당"

입력
2023.04.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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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밀기' 도중 브레이크 작동
안전핀 파손되고 승객들 불편
법원 "15일 자격정지 정당"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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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항공기 운행에 차질을 빚게 한 조종사에게 내린 자격 정지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최근 항공기 조종사 A씨가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조종사 자격증명 효력정지 취소 처분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0년 4월 이륙장 탑승구에서 '뒤로 밀기'(승객 탑승 절차를 마친 항공기의 이륙을 위해 견인차량이 항공기를 뒤로 밀어 활주로로 이동시키는 것) 도중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항공기를 멈춰 세웠다.

그러나 견인차량이 멈추지 않으면서 사고가 벌어졌다. 항공기와 견인차량을 연결하는 안전핀과 항공기의 견인봉 연결 볼트 등이 파손된 것이다. A씨가 소속된 항공사의 조종사운용교범(POM) 운항규정은 "비상상황을 제외하고 뒤로 밀기 중 브레이크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승객 137명은 이 사고로 후속 항공편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같은 해 12월 "운항규정을 어겼다"며 A씨의 조종사 자격을 15일간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해당 운항규정에 대해 "훈시적 성격에 불과하고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정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운항규정 적용을 적법하게 보더라도 8만 원 상당의 안전핀 교체가 전부일 만큼 물질적 피해도 크지 않아 자격 정지 처분을 한 건 재량권 남용이라고도 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운항규정을 훈시규정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전제한 뒤, "뒤로 밀기 도중 제동장치를 작동하는 게 항공기 안전에 미칠 위해 가능성이 결코 작지 않아 보여 중대한 과실이 존재한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물질적 피해가 크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항공기 운항이 불가능해져 137명의 승객이 다른 항공편으로 분산 수송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며 기각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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