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강릉 산불 원인은… "부러진 나무로 끊어진 전선에서 불티"

입력
2023.04.12 15:30
수정
2023.04.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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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산림청 "강풍에 나무 부러져
전신주 덮친 뒤 스파크로 산불 시작"
윤 대통령, 강릉 특별재난지역 선포

12일 강원 강릉시 안현동 문산마을에서 한 주민이 타버린 집을 바라보며 흐느끼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2일 강원 강릉시 안현동 문산마을에서 한 주민이 타버린 집을 바라보며 흐느끼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소방당국은 산림 170㏊와 경포 펜션마을 등을 잿더미로 만든 강원 강릉시 난곡동 산불이 강풍에 부러진 나무가 전선을 끊으며 일어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강원소방본부는 12일 "최초 발화지(강릉 난곡동 10-3 도로변)에 대한 감식 결과, 초속 29m 강풍에 부러진 소나무가 인근 전신주를 덮쳐 고압전선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 발생한 불티(스파크)가 시초류에 옮겨 붙어 발화한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풍에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잘랐고, 전기불꽃이 발생해 산불을 일으켰다"는 산림청의 1차 조사결과와 일치한다.

전문가들 견해도 비슷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이번 산불도 2019년 고성·속초 사례처럼 전기적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에 전선이 잘리는 문제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잘려나간 전선과 발화지점이 거의 일치하고, 산불이 시작된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 직후 정전이 일어났다는 주민들 증언도 나왔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발화지점에서 추가 감식을 벌였다.

이번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발화 원인을 철저히 밝혀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림청 역시 산불 원인 제공자에게 산림보호법에 따른 책임을 물을 방침이지만, 형사처벌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강릉 산불과 마찬가지로 강풍에 전선이 끊어져 큰불로 이어진 2019년 4월 4일 속초·고성 산불 관련 재판에서 한국전력 직원 2명이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등 혐의 입증은 쉽지 않다. 지루한 법정공방이 이어져 이재민들은 4년이 넘도록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8년 3월 고성 산불도 전선이 끊어지면서 일어났으나, 기소된 채석장 업체 대표 등 2명이 무죄 판결을 받아 책임을 묻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형 산불로 피해가 발생한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강릉지역에는 응급 대책과 재해 구호, 복구에 필요한 행정, 재정, 금융, 세제 등 특별 지원이 이뤄진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강릉시 산불피해의 조기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10억 원과 재난구호사업비 6,400만 원을 긴급 지원했다. 국토교통부는 산불로 인한 피해복구 때 필요한 지적측량 수수료를 특별재난지역 선포일로부터 2년간 100% 감면키로 했다.

지난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릉시 난곡동에서 시작된 산불로 일대 산림 170㏊가 피해를 입었다. 이 불로 주민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등 1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강릉 안현동 펜션 26곳을 비롯해 건물 125곳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난곡동과 저동 등지 주민 323가구, 646명이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강원도 강릉시 저동의 펜션 밀집 지역이 산불 피해로 폐허로 변해 있다. 강릉=연합뉴스

12일 강원도 강릉시 저동의 펜션 밀집 지역이 산불 피해로 폐허로 변해 있다. 강릉=연합뉴스


강릉= 박은성 기자
강지원 기자
최두선 기자
김재현 기자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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