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르카나 두 대 넣던 컨테이너에 세 대 싣기 신공" 르노코리아의 재기 안간힘

입력
2023.05.18 20:00
수정
2023.05.19 10:09
21면
구독

재도약 위해 다양한 노력하는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르노그룹 세계 공장 21곳 중 품질은 빅3에"
유럽 수출 효자 '아르카나'로 재기 노려
내년 하반기 '오로라 프로젝트' 준비 한창

16일 르노자동차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작업자들이 40피트 컨테이너에 수출용 차량 세 대를 싣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16일 르노자동차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작업자들이 40피트 컨테이너에 수출용 차량 세 대를 싣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16일 부산 강서구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뒤뜰에서 한 편의 묘기가 펼쳐졌다. 길이 12m, 높이 2.7m, 폭 2, 3m 크기 40피트 하이큐빅 컨테이너 앞에 ①미끄럼틀 모양의 오름판이 놓였다. ②아르카나(XM3의 수출명) 한 대가 후진으로 안으로 들어가자 작업자 두 명이 따라 들어가 타이어를 바닥에 고정했다. '드르륵' 소리가 나더니 잠시 뒤 ④이 차량 위로 비스듬한 사다리가 뚝딱 만들어졌다. 이번엔 다른 운전자가 ⑤사다리 위로 아르카나를 댔다. 45도쯤 기울여 세운 이 차에 이어 ⑥세 번째 아르카나가 남은 공간에 들어섰다. 이윽고 컨테이너 문이 닫혔다.

이 장면은 물류비를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회사 측 노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보통 차량 두 대를 앞뒤로 나란히 넣었지만 요즘은 틈을 활용해 사선으로 한 대를 더 실은 것. 조만간 인근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실려 프랑스로 떠나는 5,000대도 이렇게 꾸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3월에 보낸 차량이 유럽에 잘 도착했다"며 "물류비를 약 10%를 아꼈다"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는 필사즉생의 각오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아르카나를 유럽에 수출해 "반드시 회생한다"는 게 이 회사의 지상 과제. 지난해 역대 최대 유럽 수출기록(9만8,861대)을 세웠는데 이 중 9만3,251대가 아르카나일 만큼 이 회사의 효자이자 기대주인 셈이다.



"전 세계 르노 공장 중 품질 톱 3 오른 건 직원들 덕분"

16일 부산 강서구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서 한 직원이 일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16일 부산 강서구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에서 한 직원이 일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1997년 삼성자동차 이후 회사 이름만 몇 차례 바뀌며 거센 파고를 견뎌올 수 있었던 것은 실력 좋은 직원들의 손에서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 21개 르노 공장 중 규모는 작지만 품질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했다. 부산공장 공장장을 맡은 이해진 제조본부장은 "돈 투자해 개발하는 건 현대자동차를 이길 수 없지만 직원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생산성 측면에선 우리가 세계적"이라고 자부했다. 전 세계 르노그룹 공장 중 1.8 터보 가솔린 엔진은 여기에서만 만든다. 르노그룹의 고성능 브랜드 알핀(alpine) 차에도 이곳 엔진이 들어간다. 이 공장에선 2교대 기준 시간당 예순여섯 대의 차량을 완성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30만 대에 달한다.

특히 하나의 라인에서 XM3와 QM6, SM6, 트위지 등 4개 차종을 혼류 생산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컴퓨터 제어를 통해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를 가진 차량들을 같은 라인에서 생산하는 것. 자칫 차량 본체에 다른 차 부품이 조립되면 마치 시험지 OMR 카드 답안을 밀려 쓰듯 불량품이 줄줄이 나오는 위험 부담이 있다. 이 회사는 차종마다 필요한 부품을 한 세트로 만들어 차례로 레일 위로 굴려 보냈다. 차량 골격이 레일을 타고 들어오면 카메라가 차종을 파악한 뒤 양쪽에서 팔 모양 로봇 열 쌍이 동시에 나와 질서 정연하게 지붕을 얹고 부품을 짜 맞췄다. 작업자는 태블릿으로 작업 지시 정보를 확인하고 실시간 피드백도 보냈다.



공장 내부 '오로라 성공! 2024!' 펼침막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공장 안에는 '오로라 성공! 2024!'라고 쓴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오로라 QM시리즈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하이브리드 차량을 시작으로 이 회사가 2대 주주인 중국 지리자동차와 함께 내년 하반기 선보일 프로젝트 이름이다.

전기차 전환은 이 회사의 과제다. 이 본부장은 "전기차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처럼 공장이 하나뿐인 회사가 당장 전기차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2026년까지 스타트업과 협업해 디지털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부산= 박지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