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대결' 머스크·저커버그처럼? 일반인도 결투할 수 있나

입력
2023.07.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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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일반인 합의해도 '쌍방 폭행'
선수 요건 갖춰 경기 임할 땐 가능
개그맨 윤형빈과 배우 김보성 프로 데뷔
저커버그·머스크는 주짓수 등 맹훈련 중

마크 저커버그(왼쪽 사진) 메타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P 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왼쪽 사진) 메타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P 연합뉴스

세계적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격투기 대결'을 예고하면서 일반인도 합의 하에 결투를 벌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억만장자가 실제 결투를 하면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이르는 격투기 사상 최고 흥행 전망까지 나오지만 일반인이 무턱대고 결투 신청을 하면 철창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인 결투 합의해도 현행법상 처벌 대상

우선 두 억만장자처럼 일반인도 합의 하에 결투를 할 수 있을까? 현행법상 원칙적으로 “안 된다.” 두 사람이 피해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합의하고 결투해도 원칙적으로 '폭행'이나 '상해'에 해당한다. 형법상 폭행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서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만, 이마저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판단되면 처벌 가능하다. 쉽게 말하자면 ‘쌍방 폭행’일 뿐이라는 얘기다.

다만 권투나 레슬링 등 격투기 경기는 예외다. 상대에게 폭행을 가하는 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격투기 경기에는 위법성을 배제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간주한다. 형법 24조는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해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격투기에 해당하는 운동 경기는 현행법상 금지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경기 중 고의적인 반칙 등에 의한 상해는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 데뷔하면 일반인도 가능해

2009년 종합격투기 프로 데뷔전을 가진 개그맨 윤형빈이 올해 5월 21일 일본 도쿄돔 시티 프리즘 홀에서 열린 '브레이킹 다운 시즌8' 한일전에서 반 나카무라를 상대로 4-0 판정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2009년 종합격투기 프로 데뷔전을 가진 개그맨 윤형빈이 올해 5월 21일 일본 도쿄돔 시티 프리즘 홀에서 열린 '브레이킹 다운 시즌8' 한일전에서 반 나카무라를 상대로 4-0 판정승을 거뒀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일반인도 선수가 되면 결투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충분한 훈련과 경험이 전제돼야 한다. 종합격투기(MMA) 스포츠단체인 로드FC에 따르면 일반인이 격투기 대회에 나가려면 선수 계약을 맺고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사전 메디컬 체크를 거쳐 전문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 년간 훈련을 받은 뒤 최소한의 수준을 갖췄다고 판단될 경우 실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된다.

실제 경기에 나섰을 때도, 사전에 비상상황을 대비해 경기장 주변 병원 응급실에 연락해야 하고, 경기장에 구급차도 대기시킨다. 심판도 아마추어부터 프로 경기까지 경험과 전문성을 충분히 쌓은 전문가가 맡게 된다. 박순경 로드FC 홍보팀장은 “충분한 훈련과 경험을 쌓지 않은 일반인이 경기에 나설 경우 흥분하거나 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외의 부상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싸우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철창 속에서 싸울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마추어 선수가 경기를 가질 때 상대방도 비슷한 수준의 선수와 대전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종합격투기 프로로 데뷔한 개그맨 윤형빈과 배우 김보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보성은 2014년 6월 로드FC와 선수 계약을 맺은 뒤 경기를 앞두고 일반 선수와 마찬가지로 훈련을 받았다. 김씨는 고된 훈련으로 체중이 90㎏에서 77㎏까지 줄었다. 주최 측은 데뷔전 상대로 김씨보다 두 살 어린 일본의 콘도 테츠오로 정했다. 연령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취미로 종합격투기를 배운 윤형빈도 2009년 2월 프로 경기를 치렀다. 상대방은 윤씨와 마찬가지로 프로 첫 데뷔전을 갖는 일본의 타카야 츠쿠다였다. 윤씨는 올해 5월 21일 일본 도쿄돔 시티 프리즘 홀에서 열린 '브레이킹 다운 시즌8' 한일전에서 4-0 판정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일반인이 격투기 대결을 하려면 실제 프로 격투기 선수로 데뷔하는 것과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머스크 VS 저커버그 '세기의 대결' 볼 수 있을까

인공지능(AI) 연구자인 렉스 프리드먼이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주짓수 훈련을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렉스 프리드먼 트위터 캡처

인공지능(AI) 연구자인 렉스 프리드먼이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주짓수 훈련을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렉스 프리드먼 트위터 캡처

그렇다면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세기의 대결'은 이뤄질까. 가능하다. 둘이 같은 스승으로부터 주짓수 훈련 등 결투를 준비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렉스 프리드먼은 26일 트위터에 저커버그와 주짓수를 훈련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이어 28일에는 머스크와 대련하는 사진도 게재했다. 프리드먼은 15년 이상 주짓수를 연마했고, 유도와 레슬링 등도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드먼은 저커버그에 대해 "1년 넘게 주짓수를 훈련해왔고, 겸손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에 대해서도 "그의 체력과 힘, 기술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둘은 트위터 대항마인 메타의 SNS 서비스 '스레드' 출시를 두고 SNS에서 설전을 하다 실제 결투를 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CNBC 방송은 두 사람의 UFC 대결을 벌일 경우 총 10억 달러에 이르는 흥행 수입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대결에선 최근 주짓수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한 39세 저커버그가 우세하다거나 체급상으로는 신장 190㎝, 체중 85㎏인 51세 머스크가 유리할 수 있다는 등 제각각 경기 결과에 대한 관측도 쏟아지고 있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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