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느라 생계 빠듯한 299만 명... 전체 대출자의 15%

입력
2023.07.02 17: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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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차주 대출액은 되레 늘어
3명 중 1명이 DSR 70% 이상

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고금리로 인해 소득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3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인 대출자는 299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304만 명) 대비 1.6% 줄었으나, 여전히 전체 대출자의 15%를 웃돌았다. DSR은 원리금 상환액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인데, 70% 이상일 경우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소득 전부를 빚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본다.

이들이 감당해야 할 빚은 전체 가계대출액의 41.4%(764조8,000억 원)였다.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을 구하면 대출 상당수가 이들에게 쏠려 있음이 더욱 체감된다. DSR 40% 미만 대출자의 평균 대출 잔액은 4,768만 원인 데 비해, DSR 70% 이상 100% 미만은 1억8,227만 원, DSR 100% 이상은 3억780만 원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DSR 40% 미만 대출자에 비해 4배 또는 6배의 빚을 더 지고 있는 셈이다.

취약차주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3명 중 1명(37.3%·46만 명)이 빚 갚는 데 소득의 70% 이상 썼다. DSR이 70% 이상인 취약차주가 갚아야 할 돈은 취약차주 대출 잔액의 68%(64조3,000억 원)에 달했다. 한은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으면서(다중채무자), 소득 하위 30%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대출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한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과 대출자 수는 금리인상폭이 가팔랐던 지난해를 기점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속도가 더뎠다. 1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 원, 총대출자수는 1,977만 명으로 지난 분기 대비 0.8%, 0.2%씩 감소했다. 1인당 평균 대출 잔액(9,334만 원)도 0.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 분기에 2018년 이후 처음 40%를 넘겼던 DSR 비율은 소폭 줄긴 했으나 여전히 40.3%의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취약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7,582만 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1.5% 늘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낸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대출 연체의 대다수가 취약차주로부터 발생했다"며 "이들에게 주로 돈을 빌려준 비은행 금융기관(저축은행 등) 건전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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