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전세 대책, 한은 긴축 기조와 상충 안돼"

입력
2023.07.13 13:05
수정
2023.07.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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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단기적으로 자금 물꼬 터 줘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역전세 등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한은의 긴축 기조와 상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정부의 역전세 대응은 분명 가계부채를 늘리는 쪽으로 작용한다"면서도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 흐름에 물꼬를 트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 대응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에 손 놓고 있다는 건 큰 오해"라고 덧붙였다. "시장상황에 따라 미시적인 대응을 하면서, 큰 틀에서는 가계부채 관련 범정부 회의체가 있고 한은도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F(Finance·금융)4'라 자칭하는 경제·금융수장 회의에서도 "가계부채가 더 커지지 않도록 중장기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정부는 역전세 문제 해결을 위해 1년간 집주인의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 한도를 늘렸다.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전세가격이 계약 당시보다 하락한 탓에,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자 "급한 불은 끄겠다"며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집주인들은 "한숨 돌렸다"며 반겼지만, "갭투자 및 가계부채 증가 방조"라는 비판도 나왔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주요 34개국 중 1위다. 2021년 106% 수준으로 올랐으나 기준금리 인상 등 한은의 긴축정책 이후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2분기부터 주택구입과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은 4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승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폭은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였다.

새마을금고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 역시 한은의 긴축 기조와 상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연체율 급상승에 '뱅크런(급작스러운 대규모 예금 이탈)' 우려까지 일자, 정부와 한은은 "필요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충분한 담보를 갖고 있기도 하고, 유동성을 지원해 연착륙을 도와주는 게 한은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전체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금융안정을 위한 미시적 유동성 공급과 거시적 유동성 공급을 구분해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올해 '역전세난' 그리고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부동산 대출 관련 사건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것에는 "그동안 쌓아온 부동산 레버리지(돈을 빌려서 자기 자본을 늘리는 것)가 커서 조정하는 과정이 범피(bumpy·울퉁불퉁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최근의 위기는 과거와 달리 "특정 금융섹터가 아닌 개별 증권사 또는 개별 지점의 문제"라며 "순서에 따라 대응하면 쉽지는 않아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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