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테슬라, 뒤늦게 한국에 안전진단 정보 주기로 한 까닭은

입력
2023.08.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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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통안전공단에 고유 데이터 낸 사실 뒤늦게 알려져

테슬라가 최근 국내 출시한 중국 제조 모델Y.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테슬라가 최근 국내 출시한 중국 제조 모델Y.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테슬라가 그동안 우리나라에 제공하지 않아 왔던 안전진단과 관련한 정보들을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제공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업계에선 최근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발맞춰 5,699만 원짜리 모델Y(후륜구동)를 내놓은 데 이어 테슬라가 입장을 바꾼 것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공단에 따르면 테슬라는 7월 중순 안전진단 등을 위한 고유 데이터를 공단에 제출했으며 공단은 이를 바탕으로 안전진단을 진행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제공된 정보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전자제어장치(ECU)와 배터리 관련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은 이를 계기로 '운행기록 자기진단장치(OBD)' 단자가 없는 테슬라 차량에서 관련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도록 돕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테슬라 안전진단, 더 정밀해질 듯

서울의 한 도로에서 오토파일럿 기능을 수행 중인 테슬라 모델 X. 김형준 기자

서울의 한 도로에서 오토파일럿 기능을 수행 중인 테슬라 모델 X. 김형준 기자


업계에 따르면 OBD는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부터 엔진·브레이크·조향·안전 기능의 이상 여부를 진단하는 장치로 2009년부터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됐지만 테슬라는 장착을 거부해왔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진행하는 정기검사에서는 이 OBD 단자를 통해 차량의 내부 정보와 오류 사항 등을 확인하는데 테슬라 차량은 사실상 정밀검사 대상에서 빠진 채 타이어 마모 상태, 배선 문제 등 눈에 보이는 부분만 따질 수밖에 없었다.

테슬라는 그동안 OBD 단자를 설치할 경우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SW) 기술이 해킹당할 우려가 있다며 자체 진단 메뉴를 만들어 차량을 진단하는 방법을 공단 등에 제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테슬라가 최근 자체 진단 시스템 제작 계획을 접고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국내 다른 전기차들과 같은 기준으로 차량의 전기 저항 및 전자 장치 등을 포함한 정밀한 검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고 전기차 시장 확대 대비 위한 전략"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 정차한 테슬라 모델 X. 김형준 기자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 정차한 테슬라 모델 X. 김형준 기자


업계와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지 공단의 안전진단 관련 정보 제출 요청을 지속적으로 거부해 온 테슬라의 이 같은 입장 변화를 ①테슬라 안전문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②이를 통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는 국내 자동차관리법 위반 소지가 많았고 모델3의 경우 전원이 꺼지면 뒷문이 열리지 않는 등 안전 이슈가 많았던 브랜드"라고 짚으면서 "이제서야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건 수익 확대가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③앞으로 중고 전기차 거래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검사 결과가 쌓이지 않으면 중고차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큰 판이 될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 수익 확대를 위한 대비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자 중심의 판매 전략을 수정해) 한국 소비자 정서나 시장 환경에 맞게 정책을 전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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