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흘 안에 뚝딱 조립하고 스스로 전력 만드는 '숲 속 작은 집' 봤더니 [New & Good]

입력
2023.09.06 10: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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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 2023 LG전자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 돌아보니
태양광 발전해 남은 전력 저장, 충전 상황 알려주고
히트펌프 등 고효율 가전 총동원해 전력 소비 감축
"유럽서는 주 거주공간 삼을 가능성도 거론"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3' LG전자 전시장에 소형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가 설치된 모습을 모델들이 바라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3' LG전자 전시장에 소형 모듈러 주택 '스마트코티지'가 설치된 모습을 모델들이 바라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3'이 열린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LG전자 전시장. 숲속을 테마로 꾸민 전시장의 중심에 작은 집이 놓였다. 공간과 가전, 서비스를 융합한 새로운 주거 콘셉트의 모듈형 주택 'LG 스마트코티지'다.

LG전자는 앞서 3월 충북 진천시에 스마트코티지 시제품을 마련하고 실제 거주 체험과 방문객을 받기도 했다. 이번 IFA 2023에 등장한 스마트코티지는 유럽 시장의 선호에 맞게 외부 벽면 색상을 밝은 베이지색으로 바꾸는 등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GS건설의 자회사로 폴란드에 있는 모듈러 주택 전문업체 단우드가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베를린으로 보내와 지었다고 한다.

이날 다섯 명 안팎의 그룹으로 이뤄진 도슨트 투어에 참가해 스마트코티지를 돌아봤다. 애초 '숲속에 떼어 설치해도 지속 가능한 집'이 목표인 만큼 회사 측은 투어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에게 벽면에 숲을 묘사한 영상을 보게 함으로써 몰입도를 높이게 했다. 집 주변엔 풀 모형이 둘러섰고 앞마당에는 캠핑장인 것처럼 목조 테이블과 의자가 놓였다. 국내에서 캠핑 가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 고'와 무선 스피커 '엑스붐 360'도 자리를 잡았다.




비상 대비 전력 저장하고 나가면 알아서 불 끈다


LG 스마트코티지 내부의 전력 상황을 알리는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완전히 충전됐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베를린=인현우 기자

LG 스마트코티지 내부의 전력 상황을 알리는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완전히 충전됐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베를린=인현우 기자


도슨트의 안내를 받아 스마트코티지에 들어섰다. 월넛 우드 톤을 바탕으로 고급스럽게 꾸며진 실내에는 세탁기와 건조기 일체형 가전인 워시타워, 냉장고, 오븐, 인덕션 전기레인지,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거주에 필요한 주요 가전이 빌트인(설치형)으로 포함됐다. 화장실과 욕조는 한 번에 한 사람만 쓸 수 있을 정도로 작았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실내에 놓인 소파에 앉아서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를 바라보니 '완전히 충전됐다'는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도 아니고 집이 충전이라니 어색한 느낌도 들었지만 스마트코티지는 기존의 전력 공급망과 떨어져도 자족할 수 있는 '오프그리드 하우스'를 표방하기에 충전 상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코티지는 4킬로와트(㎾)급 태양광 패널 지붕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일부는 실내 가전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집 한편에 설치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쌓아둔다. LG전자에 따르면 평상시에는 4㎾급 패널만으로도 성인 두 명과 어린이 두 명 등 4인 가족이 하루 사용할 전기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다만 태양광 발전은 맑은 날과 흐린 날의 발전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정전이 일어났을 때에는 저장된 전력을 불러와서 써야 한다.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니 집 안 한편 문 뒤에 숨겨진 ESS가 새삼 달리 보였다.

생산과 저장도 중요하지만 전력 소비량을 최소화하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한다. 스마트코티지의 냉난방을 담당하는 히트펌프 시스템 '써마브이 모노블럭'은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를 쓰는 데다 고효율 제품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크게 줄이기 때문에 이미 유럽에선 인기 제품이다. 또 전력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퇴실할 때는 알아서 불이 꺼지며 저전력 모드로 바뀌는 기능도 있다.



"설계 단계부터 원하는 집의 규모와 가전 선택 가능"

스마트코티지 안 복도 계단 아래 세탁기와 건조기 일체형 가전인 워시타워가 빌트인으로 설치돼 있다(왼쪽 사진). 화장실의 온수는 히트펌프로 가열돼 나올 예정이다. 이날 전시장의 스마트코티지엔 물탱크가 설치되지 않아 물은 나오지 않았다. 베를린=인현우 기자

스마트코티지 안 복도 계단 아래 세탁기와 건조기 일체형 가전인 워시타워가 빌트인으로 설치돼 있다(왼쪽 사진). 화장실의 온수는 히트펌프로 가열돼 나올 예정이다. 이날 전시장의 스마트코티지엔 물탱크가 설치되지 않아 물은 나오지 않았다. 베를린=인현우 기자


스마트코티지는 복층 구조지만 이날 전시장의 스마트코티지는 2층을 볼 수 없었다. 2층은 침실이지만 다른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스마트코티지는 '맞춤형 주문 제작'을 지향한다. IFA 2023에 나온 스마트코티지는 약 40㎡(12평) 정도였지만 원하면 집 크기를 이보다 두 배로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코티지를 판매할 때부터 고객과 상담해 원하는 집의 구조와 외장재, 가전 등을 고른 뒤 제작에 들어간다"면서 "다 만드는 데 보통 2, 3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모듈을 미리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패브(pre-fab)' 방식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실제 집이 설치될 공간에서 진행하는 작업은 사흘이면 끝난다.

LG전자는 스마트코티지를 한국부터 출시할 계획이며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설치 장소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품을 IFA 2023에 끌고 나온 데는 생활 에너지 이슈가 매우 중요한 유럽 시장에서 고효율 에너지 기술을 집약한 '스마트 홈 솔루션'으로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이유로 '리파워 EU' 계획을 선언했다.

실제 IFA 2023에서도 많은 방문객들이 스마트코티지에 흥미를 보였다. 투어를 기다리는 대기 줄은 끊김 없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를 전후해 (스마트코티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고 같이 사업하자는 얘기도 있었다"면서 "한국에선 '5도 2촌' 등 주말에 도시 밖에서 머무를 수 있는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제시했지만 유럽에서는 평소 주거 공간으로서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베를린=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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