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들어오는 의사, 손안의 동시통역사... '신기술' 덕에 삶의 질이 바뀐다

입력
2024.01.11 19:00
수정
2024.01.11 19: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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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달군 '인간을 위한 기술'
AI발전 힘입어 접근성 향상·개인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4'의 애보트 부스에 '어베어'가 전시돼 있다.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을 정상적으로 뛰게 만드는 체내 이식형 무선 심박 조율기다. 라스베이거스=이서희 특파원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4'의 애보트 부스에 '어베어'가 전시돼 있다.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을 정상적으로 뛰게 만드는 체내 이식형 무선 심박 조율기다. 라스베이거스=이서희 특파원

"와, 이렇게 작아질 수가 있다고?"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4' 이틀째인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미국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 부스에서 '어베어'를 본 한 미국인 남성이 감탄과 함께 내놓은 한마디다. 어베어는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을 정상적으로 뛰게 만드는 체내 이식형 무선 심박 조율기다. 부정맥이나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사람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기존 심박 조율기는 사이즈가 큰 게 단점이었는데, 애보트는 이를 새끼손가락보다도 작게 축소시켰다. 현장 관계자는 "다른 제품들에 비하면 거의 10분의 1 크기"라고 말했다. CES 2024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 제품에 올해 헬스케어 부문 최고 혁신상을 안겼다.


휴먼테크 제품 대거 등장... AI 발전에 '개인화'

지난해 CES에서 변기 안에 부착해 두면 소변 검사를 해 주는 소형 기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프랑스 스타트업 위딩스는 이번엔 '빔오'를 들고 나왔다. 체온과 심전도 측정, 혈중 산소 수치 판독, 심장·폐 모니터링 등 네 가지 기능을 손바닥만 한 막대형 기기 하나에 모두 담아냈다. 에릭 캐렐 위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원격 진료는 편하고 비용도 효율적이지만, 의료 전문가가 직접 수행하는 일상적 점검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 "빔오가 그 한계를 극복하도록 해 줄 것"이라고 자평했다.

올해 CES에는 이처럼 일상을 더 편리하고 건강하게 바꿔 줄 휴먼테크(사람을 위한 기술)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기술적 구현까지 가능해진 결과다. 의료, 미용, 수면 등 제품에 AI가 붙으면서 개인화가 쉬워지고, 가격이 저렴해지거나 크기가 작아지는 등 접근성도 향상된 게 특징이다.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4'의 프랑스 스타트업 위딩스 부스에 '빔오'가 전시돼 있다. 체온과 심전도 측정, 혈중 산소 수치 판독, 심장·폐 모니터링 등 네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라스베이거스=이서희 특파원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4'의 프랑스 스타트업 위딩스 부스에 '빔오'가 전시돼 있다. 체온과 심전도 측정, 혈중 산소 수치 판독, 심장·폐 모니터링 등 네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라스베이거스=이서희 특파원


이제 AI가 미용전문가... 네일아트 해 주고 립케어도

한국 기업인 위로보틱스는 걷기를 돕는 '입는 로봇'을 선보였다. 허리와 다리에 탈·부착할 수 있는 기기로, 이용자의 걸음에 맞춰 다리의 움직임에 힘을 보태 준다. 고령으로 근력이 떨어지거나 사고 후 재활이 필요한 이들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등산, 조깅 등 활동을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역시 한국 스타트업인 만드로는 손가락이 절단된 사람을 위한 AI 기반 로봇 의수를 내놨다. 남아 있는 손가락 부분의 신경을 AI가 읽어 진짜 손가락처럼 움직이는 제품으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도 만드로 부스를 찾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4'의 미국 스타트업 님블 부스에서 한 관람객이 네일아트 로봇을 체험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서희 특파원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4'의 미국 스타트업 님블 부스에서 한 관람객이 네일아트 로봇을 체험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서희 특파원


미국 스타트업 님블은 AI가 이용자 손톱의 크기와 모양, 굴곡 등을 파악한 뒤, 그에 맞춰 매니큐어를 칠해 주는 로봇을 전시했다. 굳이 전문가를 찾지 않아도 집에서 네일아트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AI로 사용자 입술 수분 상태를 진단한 다음, 가장 적합한 성질의 립밤을 뿜어내는 '립큐어빔'으로 혁신상을 받았다.

중국의 통번역기기 제조사 타임케틀의 동시통역기 'X1'. 5개 언어까지 동시통역이 가능한 제품으로 타임케틀은 '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4'에서 이 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타임케틀 제공

중국의 통번역기기 제조사 타임케틀의 동시통역기 'X1'. 5개 언어까지 동시통역이 가능한 제품으로 타임케틀은 '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4'에서 이 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타임케틀 제공


누구나 동시통번역가와 동행하는 시대로

CES 현장에선 부족한 능력을 보완하거나 강화해 주는 AI 제품들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통번역기기 제조사 타임케틀은 5개 언어까지 동시통역이 가능한 신제품 'X1'을 처음 공개했다. 누구나 동시통역사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국 테크매체 테크크런치는 "머지않은 미래에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통번역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이런 제품의 등장은 그런 세상이 진짜로 올 것임을 알려 주고 있다"고 전했다.

라스베이거스=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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