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게임업계, MS의 1,900명이나 짐 쌌다

입력
2024.01.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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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MS 인수 3개월 만에
주요 경영진·공동창업자도 회사 떠나
국내외 게임 및 주변 기업들
대규모 해고·사업정리 이어져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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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 사업 부문에서 1,900명을 대량 해고했다. 세계 3위 수준의 주요 게임사조차 게임 업계의 대대적 긴축 흐름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26일 버지와 IGN 등 정보기술(IT)·게임 전문 언론에 따르면 MS의 게임 사업을 총괄하는 필 스펜서 부사장은 사내 메일을 통해 게임전용기기(콘솔) 엑스박스(Xbox)와 게임 제작사 제니맥스, 지난해 10월 인수한 액티비전블리자드 등 게임 분야 자회사에서 총 1,900명을 내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MS 산하 전체 게임 사업 부문 종사자의 8.6%에 해당한다.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한 지 겨우 3개월 만의 일이다.

특히 블리자드에서는 기존 출시된 게임과 무관한 신규 프랜차이즈로 대략 6년 동안 만들어 온 '마인크래프트'류 생존형 게임 프로젝트(일명 '오디세이')의 개발을 전면 중단하고 팀원을 방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MS 출신으로 2019년부터 블리자드에서 일해 온 마이크 이바라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와 1991년에 블리자드를 공동 창업하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초기 디자인을 책임진 앨런 애드햄 최고디자인책임자도 회사를 떠나게 됐다.



게임업계에 '선택과 집중' 흐름도


지난해 11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개최된 '블리즈컨 2023'에서 마이크 이바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나서고 있다. 이바라 CEO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블리자드를 떠나게 됐다. 블리자드 제공

지난해 11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개최된 '블리즈컨 2023'에서 마이크 이바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나서고 있다. 이바라 CEO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블리자드를 떠나게 됐다. 블리자드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크게 성장한 게임업계는 비용 투자를 늘리고 인력 확보에 열을 올렸으나 엔데믹이 본격화하고 금융 긴축이 진행된 2022년 큰 충격을 받으며 뒷걸음질 쳤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전 세계 게임업계 매출은 지난해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나 2021년 수준으로 되살아 나려면 2025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충격은 인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한 달만 놓고 봐도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발로란트'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가 530명, 게임 엔진 '유니티'를 제작한 유니티가 1,800명,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500명, 게이머 중심의 커뮤니티 서비스인 디스코가 170명가량을 해고했다. 한국에서도 엔씨소프트가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넷마블은 넷마블에프앤씨 산하 메타버스월드 법인을 정리했다.

주요 게임사들은 게임 개발 라인업을 축소하고 실패하는 게임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으로 선회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레전드 오브 룬테라' 등의 업데이트를 줄이고 LOL 등 인기 게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스퀘어에닉스도 지난해 11월 기업설명회에서 라인업 규모를 줄여 주요 타이틀의 품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 부문을 재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넥슨은 지난해 9월 출시한 신작 '워헤이븐'을 올해 4월 서비스 종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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