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부동산PF 퇴출…사업성 평가 강화해 금융당국 직접 관리

입력
2024.05.13 13:45
수정
2024.05.13 17:5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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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 평가 기준 세분화…'옥석가리기' 속도
최대 23조 원 규모 정리 필요
"전체 금융권 건전성 문제 없어"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올해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활력 제고를 위한 취약부문 금융지원 방안 관련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올해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활력 제고를 위한 취약부문 금융지원 방안 관련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지적되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고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실 PF 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하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에는 은행과 보험권이 소방수로 나서 최대 5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구체적인 기준 등을 제시해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정책적 노력은 물론 PF 참여자들의 이해조정과 금융권의 해결의지 등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 구분 시급"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우리 경제 뇌관으로 꼽혀온 부동산 PF 문제는 그동안 정부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상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 호황 시절 벌여놓은 사업장 중 부실위험이 높은 사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매물 가격을 둘러싼 입장 차가 컸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을 기대하면서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을 거듭하며 '버티기'에 돌입한 건설사와 금융사 숫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부실 PF 사업장에 묶여 있는 자금 때문에 정상 사업장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 전체 PF 사업장에 대한 재구조화가 시급하다고 봤다.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하는 작업은 PF 사업장 상태를 '정상 사업장'과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유의·부실우려는 재구조화·경공매…"5~10% 수준"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금융당국은 사업성 평가등급 분류를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했다. 기존 악화우려 중 사업성 저하로 사업추진이 곤란한 사업장을 '부실우려' 등급으로 추가 분류하고, 금융사는 이 등급에 해당하는 대출의 충당금을 '회수의문' 수준으로 적립하도록 했다. 특히 4단계 중 '유의'와 '부실우려'로 분류된 사업장은 재구조화·자율매각은 물론 필요시 경·공매를 통한 매각을 추진하도록 했다. 금융사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사후관리 계획을 금감원에 제출하고, 금감원은 이행 미흡 시 현장점검까지 나갈 수 있도록 해 사업장 정리를 의무화했다.

평가 대상에 기존 PF 대출 외에 위험 특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과 채무보증 약정까지 추가했으며, 평가 기관에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것도 특징이다. 이에 따라 PF 사업성 평가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30조 원 안팎까지 불어났다. 권 사무처장은 "문제가 있는(유의와 부실우려 등급) 사업장은 전체의 5~1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23조 원 규모의 PF 사업장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에 대한 평가지표도 신설해 관리한다. 현재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 상당수는 호황기에 고가에 땅을 매입했다가 사업성 부족으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정체된 곳들이다. 하지만 그동안 본PF 중심으로 평가기준이 마련돼 있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앞으로 브릿지론 사업장도 토지매입, 인허가, 본PF 미전환 등 단계를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핵심 위험 요인을 반영해 평가한다.


은행·보험사, 최대 5조 원 자금 공급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은 자금 여력이 있는 은행‧보험업권이 1조 원 규모로 공동 신디케이트론을 조성, 경‧공매를 진행하는 PF 사업장의 경락자금대출, 부실채권(NPL) 매입 자금 등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는 데 투입된다. 5개 은행과 5개 보험사가 참여하며, 필요시 최대 5조 원까지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PF 사업장에는 금융공급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 권 사무처장은 "이미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PF 문제 해결을 위해 조성된 금융 규모만 94조 원으로, 이 중 금융업권에 해당하는 56조 원 중 아직 32조 원의 여력이 있다"며 "증액 공사비가 문제라면 이에 대해 공적 영역에서 추가 보증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과정에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시적 규제 완화 조치도 시행된다. 금융사가 부실 PF 사업장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한시적으로 건전성 분류를 정상까지 분류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PF 사업장 매각이나 신디케이트론 지원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면책도 범위를 확대한다. 건전성 원칙이 일부 훼손된다는 지적에 대해 권 사무처장은 "그런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시적, 제한적으로 부실사업장 정리와 관련한 부분만 하기 때문에 전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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