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고 늘상 오고 싶었다"...고려인·사할린 동포·파독 근로자 구술채록 공개

입력
2024.05.21 15:30
수정
2024.05.21 15:3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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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동포 이경분씨. 재외동포협력센터 제공

사할린 동포 이경분씨. 재외동포협력센터 제공

"혹시나 다른 국적을 가지면 조국에 안 보내줄까봐 그게 두려워서 (60년간) 무국적을 쥐고 있었어요."

일제강점기인 1928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이경분(95)씨는 1941년 어머니, 동생들과 함께 사할린으로 이주했다. 한 해 앞서 사할린으로 건너가 탄광에서 일을 하는 아버지 곁으로 간 것이다. 금방 고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조국 땅을 밟는데는 꼬박 60년이 걸렸다. 광복 후 귀국길이 막혔고 이씨의 부모는 사할린에서 숨을 거뒀다. 이씨는 러시아와 수교한 지 10년이 지난 2000년이 돼서야 영주 귀국할 수 있었다. 이씨는 "왜 우리는 찾지도 않고 데려가지 않나 원망이 좀 있었다"면서도 "고국이 그리웠고 늘상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를 비롯한 사할린 동포와 고려인, 파독 노동자 등 재외동포 1세들이 카메라 앞에서 담담하게 이주 이야기를 풀어낸 영상이 공개됐다. 재외동포청 산하 재외동포협력센터는 고려인 이주 160주년(올해)과 파독 60주년(지난해)을 맞아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한 재외동포 구술채록 영상을 센터 유튜브 채널로 공개했다고 21일 밝혔다.

영상에는 파독 광부 이광일(75)씨와 고려인 동포 최알렉산더(93)씨 등 재외동포 25명이 등장한다. 서독 광부를 모집한다는 한국일보 기사를 보고 지원했다는 파독 광부 심동간(71)씨는 "(힘들어서) 남몰래 눈물을 많이 흘렸다"며 "가난을 벗어나 보자, 다른 삶을 우리가 영위해 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재외동포협력센터는 재외동포 구술채록 사업을 꾸준히 펼칠 예정이다. 김영근 센터장은 "국민들이 재외동포 삶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재외동포 기록물이 관리·보존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독 광부 심동간씨. 재외동포협력센터 제공

파독 광부 심동간씨. 재외동포협력센터 제공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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