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이트 복붙한 듯... 상장 예정 회사라더니, 가짜였다

입력
2024.05.22 13:00
수정
2024.05.22 14: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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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사이트, 진짜와 구분 어려워
'보호나라'로 스미싱 확인해봐야
"수법 갈수록 대담해져 주의 요망"

사기조직이 정부 협력을 빙자하며 공개한 '증거'. 금융감독원 제공

사기조직이 정부 협력을 빙자하며 공개한 '증거'. 금융감독원 제공

지난달 인스타그램 피드를 구경하던 A씨는 재테크 정보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입장했다. 해당 채팅방에는 실제 존재하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B의 대표 C씨가 상주하고 있었는데, C씨는 B사가 제22대 총선 대외경제 협력운용사이자 밸류업 프로그램 책임 운용사로 선정됐다고 홍보하면서 기획재정부 장관 이름으로 된 임명장과 임명패까지 공개했다. C씨는 총선을 대비해 블라인드 펀드를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며 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소개했고, A씨는 여기에 2,000만 원을 투자했다. 며칠 후 '진짜' B 운용사가 "사칭을 주의하라"는 공지를 내자, 이를 본 A씨는 출금을 의뢰했지만 C씨는 오히려 "보증금을 더 내야 한다"며 이를 거절했다. 사기에 당한 것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운용사나 상장 예정 회사 등을 사칭해 가짜 사이트로 투자자를 유인한 뒤 돈을 챙기는 사기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며 22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 측은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사를 사칭했던 그간 사기 수법과는 달리 최근에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기관 전용 사모펀드 운용사'나, 공모주 열기에 편승해 '상장 예정회사' 등을 사칭하면서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며 "수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대담해지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관 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사이트를 모방한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기관 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사이트를 모방한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이들이 만드는 가짜 사이트는 진짜 사이트와 거의 똑같아 구분이 어렵다. 한 사기조직은 상장 예정 주식을 할인가에 판매한다며 상장 예정 회사와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사 홈페이지를 실제와 비슷하게 만들어 투자자들을 유인해 개인정보를 탈취했다. 이들은 투자자들에게 가짜 주주명부를 보여주며 조작한 플랫폼에 가입을 유도한 뒤 화면 조작으로 주식이 입고된 것처럼 속여 추가 주식 매입을 유도했다. 비대면으로 주식 양수도 계약서를 작성한 뒤 온라인 서명 프로그램까지 이용했지만, 업체명과 다른 명의의 통장으로 투자금을 입금받은 뒤엔 소리소문 없이 잠적했다.

사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 사이트(URL) 링크를 누르지 않는 것이다. 안전한 사이트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카카오톡 '보호나라' 채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호나라 채널에 URL 링크가 포함된 메시지를 보내면, 보호나라가 정상·주의·악성 중 판별해 결과를 제공해준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는 현행 법령상 개인은 투자할 수 없고 공모주를 싸게 사는 방법도 없다"며 "고수익이 가능하다며 접근하는 업체와는 어떠한 금융거래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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