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못 담은 한중일 정상, '협력'은 복원

입력
2024.05.28 00:10
수정
2024.05.28 10:31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서울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갖고 3국 협력을 제도화하자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 회의 이후 코로나19 등 여파로 열리지 못했던 3국 정상회의가 한국의 주도로 재개된 건 의미가 적잖다. 3국은 공동선언에서 2030년까지 3국 간 인적 교류 4,000만 명 달성도 목표로 세웠다. 3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지식재산과 미래 팬데믹 대응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도 주목된다.

그러나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은 북핵과 관련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공동이익이자 공동책임이라는 걸 재확인했다’는 문구에 머물렀다. 당초 담길 것으로 알려졌던 ‘한반도 비핵화’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는 문구로 갈음됐다. 합의가 안 돼 각국이 자기 주장만 했다는 뜻이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명시한 2015년 제6차 회의 공동선언이나 2019년 제8차 회의 공동언론발표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3국 간 온도차는 공동기자회견에서도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위성 발사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위성 발사 중지를 요구했다. 반면 리 총리는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걸 막아야 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북한을 감싸고돈 것이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미중 충돌 속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중일 정상이 만나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서 성사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할 만하다. 한중일 최고위 협력체를 복원한 건 우리 외교의 지평과 운신의 폭도 넓혔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과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한중의 시각 차가 더 커졌고, 그 차이를 줄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확인시켜 줬다. 한국 외교에 가능성과 숙제가 동시에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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