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광산 중국 1992개 한국 36개, 이게 우리 현실

입력
2024.05.29 00:10
27면
세계 최대 노천 구리 광산인 칠레의 츄키카마타 광산에서 관광객들이 구리 원석을 줍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세계 최대 노천 구리 광산인 칠레의 츄키카마타 광산에서 관광객들이 구리 원석을 줍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나라 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동 아연 납 철광석 니켈 리튬 코발트 등 7대 핵심 광물의 광산 수가 36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 세계 1만5,123개 광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반면 중국은 1,992개, 미국은 1,976개에 달했다. 국내 자원 부존량이 적은 일본(134개)도 우리의 4배에 가깝다. 광산의 총 생산량과 기업 지분율을 곱한 우리 기업의 귀속 생산량도 핵심 광물 전 세계 총합의 1%에 못 미쳤다. 아연과 납, 리튬의 한국 기업 귀속 생산량은 사실상 0이었다.

더 큰 문제는 핵심 광물의 전 세계 생산량이 특정국에 편중돼 있는 데다 우리나라의 특정국 의존도는 더 심하다는 사실이다. 니켈은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53%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린 황산니켈의 68%를 핀란드로부터 수입했다. 리튬도 전 세계 생산량의 47%는 호주가 떠맡고 있지만 우린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88%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 코발트도 콩고민주공화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나 우린 산화코발트와 수산화코발트의 중국 수입 비중이 73%에 달했다. 단 한 곳의 수입만 막혀도 관련 산업 전체가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으로 수요가 늘어난 핵심 소재용 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이제 국가적 과제다. 긴 안목과 호흡으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펴야 하는 이유다. 처음부터 민관이 하나가 돼 탐사와 투자, 금융 지원, 수출국 정부와의 신뢰 구축 등을 추진하는 건 필수다. 물론 안팎으로 떠들면서 자원 외교에 나서는 건 가격만 올릴 수 있는 만큼 지양해야 하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조건 뒤엎는 어리석음도 반복해선 안 된다.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상대국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심한 핵심 광물은 다른 나라로 수입처를 분산시켜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

미국과 중국 갈등은 기술과 관세에 이어 언제든 자원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시점이다.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건 이제 경제뿐 아니라 안보를 위해서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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