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사업장 지원 시 손실 나도 책임 안 묻겠다"는 당국…실효성은?

입력
2024.05.30 13:30
수정
2024.05.30 13:5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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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연착륙 위해 비조치의견서 한시 발급
건전성 규제, 투자 책임 등에 완화 조치
"상황 변화 없는데, 투자 나설까" 의문도

서울의 한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하는 금융사에 대해 한시적으로 면책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신규 자금 공급을 유도해 PF 시장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런 조치를 취한다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PF 사업장에 자금 공급이 원활하게 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도 적잖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4일 발표한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우선 추진 가능한 6개 과제에 대한 비조치의견서 등을 발급했다고 30일 밝혔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회사 등이 수행하려는 거래 등에 대해 관련 법령에 근거해 금감원장이 향후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확인하는 문서를 말한다.

우선 금융사가 6개월 이상 연체 사업장이나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등 부실 사업장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거나 재구조화에 나선 후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제재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증권사가 신규 취급한 국내 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대해서는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을 현행 100%에서 60%로 완화한다. NCR은 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로, 투자회사가 보유한 각종 사업과 투자에 대해 위험성을 인식하고 측정해 그에 필요한 자기 자본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주거용 부동산 대출에 한해 재무건전성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PF 부실채권 정리 및 정상화 펀드에 대한 저축은행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저축은행이 한도 이상으로 유가증권이나 집합투자증권을 보유해도 조치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당초 저축은행은 유가증권의 경우 자기 자본 100% 이내, 집합투자증권은 20% 이내만 보유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조치의견서는 연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금융회사의 PF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 공급, 원활한 사업장 재구조화‧정리를 뒷받침함으로써 부동산 PF 연착륙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내비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부실 사업장의 사업성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면책 조치만으로 금융사가 쉽사리 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이나 보험처럼 지금 당장 수익을 내는 곳에 리스크를 떠넘기는 조치라 향후 부실이 전이될까 우려된다"며 "결국 그들도 당국의 눈치를 보며 그나마 사업성이 괜찮은 상품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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