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m 급하강 싱가포르항공 피해 컸던 이유는?… “중력가속도 급변 때문”

입력
2024.05.30 16:16
수정
2024.05.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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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 당초 1800m 하락 추정
순간적으로 천장에 솟구친 후 추락

21일 미얀마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한 영국 런던발 싱가포르항공 SQ321편 여객기 내부 모습.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21일 미얀마 상공에서 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한 영국 런던발 싱가포르항공 SQ321편 여객기 내부 모습. 방콕=로이터 연합뉴스

극심한 난기류를 만나 비상 착륙하는 과정에서 30여 명의 사상자를 냈던 싱가포르항공 사고 당시 급하강 고도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54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급강하 고도 폭은 적었는데도 순간적으로 기체가 솟구쳤다 떨어지고 중력 가속도가 급변하면서 승객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교통안전조사국은 지난 21일 1명의 사망자와 수십 명의 부상자를 낸 싱가포르항공 SQ321편 보잉 777-300ER 여객기 사고 상황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지 교통안전조사국이 미국 교통안전위원회, 미국 연방항공청, 보잉사 등과 함께 비행 정보 기록 장치와 조종석 음성 녹음 자료 등을 분석해 재구성한 당시 상황은 이렇다.

승객 211명과 승무원 18명을 태운 채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는 이륙 11시간 뒤인 지난 21일 오후 3시 49분 21초 미얀마 상공 고도 3만7,000피트(약 1만1,278m)에서 난기류를 만났다. 당시 탑승자들은 흔들림을 느끼기 시작했다.

기체가 고도를 높여 3만7,362피트(약 1만1,388m)에 도달한 순간, 자동조종장치가 항공기를 설정된 순항 고도로 낮추려 시도했다. 기체가 거세게 흔들리자 기장은 오후 3시 49분 32초 안전벨트 경고등을 켰다.

이후 8초 뒤 중력가속도(G)가 급변했다. 중력가속도는 0.6초 동안 +1.35G에서 -1.5G로 감소했다가 다시 4초 만에 -1.5G에서 +1.5G로 바뀌었다. 중력가속도는 지구 중력(+1G)과 비교해 급격한 가속 또는 감속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1.57이 되면 사람은 자신의 체중이 1.57배가 된 것처럼 무겁게 느끼게 된다. 반대로 마이너스(-)가 되면 힘이 반대로 작용해 사람이 가벼워지거나 떠 있는 느낌을 받는다.

22일 태국 방콕에서 난기류로 비상 착륙한 싱가포르항공 탑승객들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22일 태국 방콕에서 난기류로 비상 착륙한 싱가포르항공 탑승객들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짧은 시간 중력가속도가 크게 오르내리면서 탑승자들은 순간적으로 여객기 천장으로 솟구쳤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시간 기체는 고도 3만7,362피트에서 3만7,184피트(약 1만1,334m)로 178피트(약 54m) 내려앉았다. 사고 직후 싱가포르 현지 언론들은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등 초기 자료를 이용해 “여객기가 5분간 6,000피트(1,800m) 떨어졌다”고 추정했지만, 실제 하강 고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다만 짧은 순간 고도가 급변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게 싱가포르 항공당국 분석이다.

이번 사고로 영국인 승객(73) 1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 상당수는 두개골과 뇌, 척추를 다쳤다. 29일 기준 28명이 방콕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발생 후 싱가포르항공은 기내 안전벨트 경고등이 켜지면 기내식 제공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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