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한반도 핵무기 전진 배치 계획 없다”

입력
2024.05.31 11:32
수정
2024.05.31 14:4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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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 “핵 억지력 추가 조처” 발언 반박하며
공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도 선 그어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 공식 엑스(X) 계정 캡처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 공식 엑스(X) 계정 캡처

미국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한반도에 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의회 내 ‘국방 매파’들이 꺼내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카드에 선을 그은 셈이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현시점에서 핵무기를 인도·태평양(지역)에 재배치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유럽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러시아도 핵억지력 차원의 추가 조처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그러면서 파텔 부대변인은 ‘한반도 핵무기 전진 배치’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핵무기 사용 및 배치를 거론하며 위협하는 쪽은 러시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파텔 부대변인 발언은 러시아의 핵 위협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최근 들어 미국 상원 일각에서 커지고 있는 ‘북한 핵 개발 저지’ 목소리와도 맞물려 주목된다. 전날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보고서에서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은 미국과 동맹국들을 타격할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다”며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한국과 핵무기 공유 등 방안을 제시했다.

냉전 시절 미국은 옛 소련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배치했다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소련과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I)을 체결하며 한반도에서 모두 철수시켰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통해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원칙하에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이나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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