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연료 잔해 이르면 8월 꺼낸다… 총 880톤 중 단 3g

입력
2024.05.31 12:00
수정
2024.05.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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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팔 실패에 낚싯대 형태 장비 이용
2주 걸려 꺼낼 수 있는 잔해는 단 3g
후쿠시마 원전 폐로 100년 걸릴 수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2호기 격납용기로 통하는 통로 입구를 지난해 10월 16일 촬영한 것으로, 통로 내부가 굳은 퇴적물로 꽉 막혀 있다. 상단의 작은 구멍은 2019년 내부 조사를 위한 카메라를 투입하기 위해 뚫었던 것이다. 국제폐로연구개발기구 제공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2호기 격납용기로 통하는 통로 입구를 지난해 10월 16일 촬영한 것으로, 통로 내부가 굳은 퇴적물로 꽉 막혀 있다. 상단의 작은 구멍은 2019년 내부 조사를 위한 카메라를 투입하기 위해 뚫었던 것이다. 국제폐로연구개발기구 제공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2호기 원자로에 남은 핵연료 잔해(데브리)를 이르면 8월에 처음으로 반출한다고 3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그러나 꺼낼 수 있는 양이 고작 3g뿐이라 남은 잔해를 언제쯤 제거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8월부터 10월 안에 후쿠시마 원전 2호기 핵연료 잔해 반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도쿄전력의 핵연료 반출 작업은 실패와 연기를 거듭해 왔다. 핵연료 반출 시험은 원자로 폐쇄, 즉 폐로 작업의 첫 단계다. 원래 영국에서 가져 온 로봇 팔을 배관에 넣은 뒤 원격 작업을 통해 핵연료 잔해를 꺼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장비로는 미세한 움직임이 필요한 작업을 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핵연료 잔해가 있는 사고 원자로 내부는 방사선량이 매우 높아 사람이 접근할 수 없어 원격 장치로만 제거가 가능하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격납용기 내부의 '데브리'로 추정되는 물질. 데브리란 사고로 인해 원자로 속 노심이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의 구조물과 함께 녹아내려 굳어버린 잔해로, 1~3호기 안에 총 880톤 정도가 있다고 추정된다. 도쿄전력 제공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격납용기 내부의 '데브리'로 추정되는 물질. 데브리란 사고로 인해 원자로 속 노심이 원자로 격납용기 내부의 구조물과 함께 녹아내려 굳어버린 잔해로, 1~3호기 안에 총 880톤 정도가 있다고 추정된다. 도쿄전력 제공


핵연료 잔해 반출 계획보다 3년 늦어져

도쿄전력이 로봇 팔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길이 24m에 달하는 낚싯대 형태 장비다. 이 장비를 격납용기 안에 넣은 뒤 줄을 3, 4m가량 아래로 늘어뜨려 손톱 모양 도구로 소량의 핵연료 잔해를 꺼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작업이 성공하더라도 꺼낼 수 있는 양은 겨우 3g뿐이다. 원전 1~3호기에 있는 핵연료 잔해는 총 88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이번 시험 반출에 성공한다 해도 향후 작업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3g을 꺼내는 데도 2주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이르면 7월에 원전에 장비가 설치돼 작업 개시부터 핵연료 잔해 시험 반출까지는 약 2주가 소요될 것"이라며 "작업자에게 미칠 방사선 영향을 억제하기 위해 1인당 작업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도쿄전력은 핵연료 잔해 반출에 성공하면 성분 분석에 돌입해 더 많은 양을 꺼낼 방법을 검토할 계획이다.

핵연료 잔해 반출 작업은 2021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장비 문제로 세 차례나 연기돼 3년이나 늦어졌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 시점을 2051년으로 잡았지만, 일본원자력학회 내부에서는 10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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