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부른 부실 제방공사 책임자 중형… 재판부 "형량 한계에 무력감"

입력
2024.05.31 17:49
수정
2024.05.31 18:5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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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법, 현장소장 징역 7년 6개월 선고
“참사, 자연재해 아닌 피고 중대 과실"

지난해 7월 침수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소방 등 관계기관이 차량을 수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7월 침수사고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소방 등 관계기관이 차량을 수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부실 제방 공사 책임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날 판결은 참사 후 재판에 넘겨진 관련자에 대한 첫 선고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부장 정우혁)은 31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공사 현장소장 A(55)씨에게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에게 선고된 징역형은 관련 혐의를 인정해 내릴 수 있는 최대 형량이다.

정 부장판사는 "A씨는 기준과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채 아무런 근거 없이 기존 제방을 절개하고 흙더미를 쌓아 올린 것에 불과한 임시제방을 축조했는데 이는 고의에 가까운 중대과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중호우가 내리는 상황에서 제방 너머 피고인의 부모 또는 친구가 거주하고 있더라도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했을지 묻고 싶다"며 A씨를 꾸짖었다.

정 부장판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A씨와 달리 잘못을 대체로 인정한 감리단장 B(66)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는 "B씨는 건설 공사를 실질적으로 감독할 권한과 책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미호강 범람은 묵인과 방임 나아가 적극적인 협력이라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정 부장판사는 “사고 이후 현장소장인 A씨의 반응과 법정에서 보인 태도, 변론을 종합하면 최소 징역 15년, 과실정도나 기존 제방 절개로 인한 영향을 고려하면 감리단장 B씨에게 징역 12년이 죄책에 상응하는 것으로 생각되나, 형법상 그에 상응하는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는 것에 법관으로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0분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며 범람해 일어난 이 사고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졌다.

A씨 등은 도로(미호천교)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한 뒤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조성하거나 공사 현장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초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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