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코로나 정치 공방’ 휘말린 미국 전직 방역 수장 파우치

입력
2024.06.04 17:55
수정
2024.06.04 18: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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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전 감염병연구소장, 의회 청문회 출석
“백신, 효과 100% 아니어도 많은 생명 구했다”
공화 “팬데믹에 책임” vs 민주 “생명 구한 영웅”

앤서니 파우치 전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3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코로나19 팬데믹 특별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전 미국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3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코로나19 팬데믹 특별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당신에겐 감옥이 어울린다.”(마저리 테일러 그린 미국 공화당 의원)

“생명을 구하려고 누구보다 많은 일을 했던 ‘미국의 영웅’이다.”(로버트 가르시아 미 민주당 의원)

3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연방하원 코로나19 팬데믹 특별소위원회 청문회는 특정 개인에 대해 이처럼 엇갈린 평가로 뜨거웠다. 주인공은 앤서니 파우치(84) 전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원인을 규명하고 미국 정부의 대응 정책을 되짚어 보는 자리였지만, 2022년 12월 은퇴한 파우치 전 소장은 여전히 ‘코로나 정치 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팬데믹 방역 상징' 파우치, 공개 청문회 첫 출석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파우치 전 소장은 이날 코로나19 관련 공개 청문회에 처음으로 출석해 △마스크 착용 의무 논란 △백신 접종 의무화 논란 △바이러스의 실험실 유출 의혹 등에 대해 3시간 30분 동안 조목조목 설명했다. 지난 1월에도 그는 의원들 앞에서 14시간에 걸쳐 증언했으나 당시는 비공개 청문회였다.

파우치 전 소장은 ‘팬데믹 방역’의 상징적 인물이다. 1984년부터 약 40년간 NIAID를 이끈 미국의 감염병 연구 최고 권위자로, 특히 2020년 팬데믹 시작 후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의 ‘입’에 온 시선을 집중했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정은경(전 질병관리청장)’으로도 불린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3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코로나19 팬데믹 특별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팬데믹 초기 앤서니 파우치 전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마스크 미착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마저리 테일러 그린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3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코로나19 팬데믹 특별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팬데믹 초기 앤서니 파우치 전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마스크 미착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바이러스 실험실 유출설, 터무니없는 거짓"

이날 파우치 전 소장은 ‘백신 무용론’에 대해 “어떤 백신도 100% 효과가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백신들은 미국에서 수십만 명, 세계에서 수백만 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미국 정부 지원금으로 연구되던 박쥐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변환됐다’는 일각의 주장은 “분자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자신이 미 중앙정보국(CIA)과 짜고 바이러스 기원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완전히 거짓이고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도 나와 가족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청문회에서 더 눈에 띈 것은 정치적 공방이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공화당 의원들은 별다른 근거 없이 파우치 전 소장의 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하며 맹폭을 가했다. 테일러 그린 의원은 “(파우치는) 혐오스럽고 사악한 과학”이라며 원색적 비난까지 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이 마녀사냥을 한다”며 엄호에 나섰다. 제이미 래스킨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의 2020년 대선 승리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Big Lie)’이듯, 파우치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의료적인’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청문회가 반세기 이상을 바이러스 연구에 바친 파우치에 대한 ‘(찬반) 투표’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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