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세대 반도체 양산 지원법 만든다... '2나노 국산화' 총력 지원

입력
2024.06.05 18: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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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운영방침에 반도체 재정 지원 근거 마련
"라피더스 지원, 자국서 차세대 반도체 양산"
디플레이션 탈출 실현·재정건전성 강화도

일본 도쿄대 학생이 지난달 29일 대학 내부 반도체 클린룸에서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도쿄대 학생이 지난달 29일 대학 내부 반도체 클린룸에서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세대 반도체를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법 정비에 나선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 실현'과 실질 경제성장률 1% 유지라는 목표도 설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하순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할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 원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이 방침은 매년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밝히고 재정 운영과 예산 편성에 대한 기준으로 삼는다.

일본 정부는 기본 방침 원안에 차세대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법제상의 조치를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차세대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담보하는 법적 근거가 있으면 민간 자금을 포함한 중장기 투자 유치가 더 쉬워지고,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닛케이는 이 계획이 "2027년부터 2나노(㎚·10억분의 1m)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려는 라피더스의 계획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라피더스는 일본이 최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일본 정부 주도로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이 자본을 대 2022년에 설립한 신생 회사다.

현재 3나노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고 내년에 2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인 회사는 세계에서 대만 TSMC와 삼성, 미국 인텔 등 3사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에 건설하는 TSMC 제1·2공장 건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TSMC가 구마모토 공장에서 생산할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가장 좁은 것이 7나노 제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2나노급 최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법 정비까지 해 가며 총력 지원할 태세를 밝힌 것이다.

닛케이는 "차세대 반도체 국내 양산 체제 구축은 일본의 성장력에 직결되고, 경제안보상 필요성도 높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라피더스는 반도체 양산에 5조 엔(약 43조9,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연구개발에 사용할 정부 보조금 약 1조 엔(약 8조7,900억 원)과 민간 소액 출자만 마련한 상태다.

2025~2030년 6개년 계획 제정도 포함

일본 도쿄의 한 시민이 시내 주가 시황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한 시민이 시내 주가 시황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기본 방침 원안에는 차량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2025년에 전국 일반도로 100곳 이상에서 실시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 자율주행차를 연중 운행하는 계획을 수립해 버스·트럭 운전기사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간 경기 침체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디플레이션 탈출'도 제시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는 원안에 '디플레이션의 완전한 탈출을 실현해 성장형의 새로운 경제로 이행한다'고 적었다"며 "저출생 고령화에 맞춰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 구축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25~2030년 경제 재정 운영 방침을 정한 '6개년 계획'을 기본방침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 기간 실질 경제성장률을 1% 이상으로 상정하고, 재정 건전성 강화 노력을 병행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그동안 목표로 한 '명목 경제성장률 3%, 실질 경제성장률 2%'보다 낮은 수준이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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