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향한 이재명 일극 체제… 당대표 임기 제한 풀렸다

입력
2024.06.10 17: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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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1년 전 당대표 사퇴 규정
사유 인정될 경우 예외 인정 가능해져
부정부패 기소자 직무 정지 조항 삭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대선을 노리는 이재명 대표의 큰 걸림돌을 치웠다. 당헌·당규를 바꾸기로 하면서 당대표를 연임하더라도 2027년 대선 1년 전에 사퇴할 필요가 없어졌다. 당대표직을 유지한 채 2026년 지방선거도 진두지휘할 수 있다.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이 대선을 향한 이재명 일극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당대표 임기 제한은 풀고, 당원 권한은 강화

민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우선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대선 출마 전 사퇴 시한은 '대선일 1년 전'으로 그대로 유지됐다. 대신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폭넓게 열어뒀다. 차기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사유만 인정된다면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까지 사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당직자가 부정부패에 연루됐을 경우 검찰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는 완전히 삭제된다. 배임, 뇌물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연관성이 높아 당대표 출마 전부터 이 대표의 걸림돌로 작용한 조항이다. 당시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당무위에서 '부당한 정치탄압 사례'로 인정받아 당헌 적용을 피했다.

원내대표 및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시 당원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통과됐다. 국회의원들의 투표로만 선출되던 방식에서 자동응답방식(ARS) 또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모인 권리당원(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들의 유효 투표를 20% 추가 반영하기로 바꿨다. 당원들의 입김이 세진 것이다. 이번 당규 개정안은 12일 당무위 의결,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재명 일극 체제 강화… 당내 반발 불가피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대권을 위한 '맞춤용 개정'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유력 주자인 이 대표가 현재와 같은 당 장악력을 유지하며 대선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친이재명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자 역으로 이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에 제동을 거는 상황이 연출됐다. 친명계 핵심인 김영진 의원은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지방선거 공천까지 다 한 이 대표가 바로 연이어 대선에 나가면 특혜를 받는 문제가 있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조항에 흠결이 많아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당대표 사퇴 시한 당헌은) 예외조항이 없어서 조항의 완결성이 부족하다"며 "예외조항은 국민의힘 당헌을 참고해서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고 항변했다. 또 대선 후보 선출도 상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당무위 의결을 통해 대선 180일 이전에 마치지 않아도 되도록 한 조항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럼에도 당내 기류는 심상치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개정된 당헌을 실제로 적용할 때 과연 이 대표에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쉽게 나올 수 있겠나"라며 "우려되는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가 당헌 개정에 제동을 걸 당시 최고위에서는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지만, 이날 최고위에서는 별다른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태경 기자
박세인 기자
이민석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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