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 지연'에... 법원 "국가가 희생자 유족에 배상해야"

입력
2024.06.10 17:45
수정
2024.06.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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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지연 인정... 사망 가능성은 낮아"
4·16 연대 "합당한 책임을 묻지 못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4월 16일의 약속국민연대'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4월 16일의 약속국민연대'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이 피해자를 헬기가 아닌 함정으로 이송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구조 당시 희생자가 이미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해 지휘부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 김승곤 부장판사는 고 임경빈군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소속 공무원들의 공무 수행 과정에서 불법행위로 원고들에게 입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 한명인 임군은 당일 오후 5시 24분에 구조돼 6분 뒤 3009함에 인계됐다. 그러나 헬기가 아닌 경비정 3척에 옮겨 이송되다가 오후 10시 5분이 돼서야 병원에 도착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오후 7시 15분 이후로는 심폐소생술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임군의 유족은 2022년 "해경의 구조 방기로 아들이 사망했다"며 2억 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구조 책임자인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경서장, 이재두 전 3009함 함장 등이 당시 3009함에 있었으면서도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1심은 우선 이들이 신속한 이송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임군이 경비정으로 처음 보내진 오후 6시 40분에만이라도 헬기에 태웠다면 심폐소생술 중단 이전에 병원에 충분히 도착했을 것”이라면서 "이는 수난구호법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구조 당시 임군이 생존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해 위자료 인정 액수는 대폭 낮췄다. 재판부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하면 오후 5시 30분경 임군의 생존가능성은 매우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심폐소생술 중단 지시를 피고들이 내렸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 등이 신속한 이송 조치를 하지 않은 것 역시 임군의 낮은 소생가능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봤다. 결국 공무원이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과실만 저지른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선고 직후 유족 측은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은 기자회견에서 "사고 당일 해경 지휘부가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에 그에 따르는 형사 고소·고발을 했지만 무죄가 나왔고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번 재판부조차도 합당한 책임을 묻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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