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BS 박민 물갈이 인사 제동… “감사실 교체, 독립성 침해 우려”

입력
2024.06.11 18:02
수정
2024.06.11 18:03
10면

박민 인사조치에 첫 효력 정지

박민 KBS 신임 사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취지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민 KBS 신임 사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취지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민 KBS 사장이 단행한 감사실 인사를 두고, 법원이 "감사의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인사 조치의 효력을 정지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부장 김우현)는 KBS 전 감사실장 등 3명이 KBS를 상대로 낸 보직 및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지난해 11월 박 사장 취임 뒤 법원이 인사 조치에 제동을 건 것은 처음이다.

박 사장은 2월 8일 박찬욱 KBS 감사의 동의나 요청 없이 감사실장과 방송감사부장, 기술감사부장을 타 부서로 보내 논란이 됐다. 당시 박 감사는 사내 게시판에 입장문을 통해 "감사의 동의와 정상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사를 냈다"면서 "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진행 중인 감사활동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KBS 전보 명령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보 명령은 감사직무규정 제9조에 반해 감사의 요청 없이 이뤄졌다"며"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보직 순환 차원에서 인사발령이 이뤄졌다는 KBS 측의 주장에 대해선, "전보 요청을 기다리기 어려운 긴급한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전보 조치된 감사실 부서장들이 전임자에 비해 근무 기간이 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감사 업무의 독립성 저해 우려 때문에라도 감사실 직원 전보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KBS의 주관적인 의도와는 무관하게 감사가 반대하는 직원들이 책임 직급을 맡게 될 경우, 감사 업무의 연속성과 독립성이 저해될 염려가 있다"면서 "감사 직무 수행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선 감사의 요청이 없는 한 감사실 직원들의 전보를 삼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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