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자·에티오피아… 세계 분쟁 사망자 "30년래 최고"

입력
2024.06.12 16:30
수정
2024.06.12 16:3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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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 국제 분쟁 동향 보고서
2023년 전 세계 분쟁지역서 12만2000명 사망
2021~2023년 사망자 수는 "냉전 종식 후 최다"

지난달 2일 가자지구 중심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병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을 앞에 두고 기도하고 있다. 데이르 알발라=AP 뉴시스

지난달 2일 가자지구 중심부 데이르 알발라의 알아크사 병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을 앞에 두고 기도하고 있다. 데이르 알발라=AP 뉴시스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폭력적인 해 중 하나.' 노르웨이 민간 싱크탱크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PRIO)는 2023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3년간 무력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년 만에 가장 많았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군의 맹폭을 받은 가자지구, 2년간 내전을 치른 에티오피아가 큰 희생을 치렀다.

피로 얼룩진 2023년… "34개국서 12만2,000명 사망"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PRIO는 1946~2023년 국제 분쟁 동향을 담은 보고서를 전날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12만2,000명 이상이 숨졌다. 이 중 우크라이나에서만 약 7만1,000명, 가자지구에서 약 2만3,000명이 사망했다.

무려 34개국이 지난해 피로 얼룩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에서 59건의 분쟁이 발생했는데, 이는 1946년 이후 가장 많다고 밝혔다.

특히 2021년부터 3년간 사망자 수는 냉전 종식 이후 30년 만 최고치라고 보고서는 짚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더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후에야 2022년 11월 평화협정을 맺고 멈춘 에티오피아 내전 영향이 크다.

보고서 저자인 시리 아스 루스타드 PRIO 연구교수는 "세계의 폭력이 냉전 종식 이후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는 같은 국가 안에서 더 많은 갈등 주체들이 활동하면서 분쟁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반 이상 국가가 1번 이상 분쟁에 휘말렸으며, 7개국은 동시에 3회 이상 분쟁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한 상점에서 경찰들이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지난달 25일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한 상점에서 경찰들이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하르키우=AP 뉴시스


"분쟁 증가, 부분적으로 이슬람 무장단체 탓"

규모가 커지고 점점 복잡해지는 전 세계 분쟁의 원인 중 하나로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꼽혔다. 여러 국가에 걸쳐 활동하면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는 탓이다. 루스타드 교수는 "국가 기반 분쟁의 증가는 부분적으로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전역으로 확장하고,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 JNIM 등 다른 비국가 주체들의 갈등 개입이 증가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륙별로는 아프리카(28건)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국가 기반 분쟁이 발생했다. 이는 10년 전(2013년 15건)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어 아시아(17건), 중동(10건), 유럽(3건), 미주(1건) 순이었다.

지난해 비국가 간 분쟁은 75건 발생했다. 마약 카르텔과 갱단 폭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멕시코가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14건의 비국가 분쟁이 집계된 멕시코에서는 이로 인해 약 1만4,00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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