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알리바바 훤히 본 그, 지마켓 이끈다…정용진의 '이커머스 반전' 시도

입력
2024.06.19 15:02
수정
2024.06.19 19:1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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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지마켓·쓱닷컴 대표 교체
지마켓 대표, 쿠팡·알리바바 몸담아
'정용진 회장' 연이은 신상필벌 카드
CJ와 물류 협업으로 실적 반등 모색

정형권(왼쪽) 신임 지마켓 대표와 최훈학 신임 쓱닷컴 대표. 신세계그룹 제공

정형권(왼쪽) 신임 지마켓 대표와 최훈학 신임 쓱닷컴 대표. 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그룹이 실적 부진 계열사인 지마켓(G마켓)과 쓱닷컴(SSG닷컴)의 수장을 동시 교체했다. 특히 지마켓 신임 대표는 최대 경쟁사인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 모회사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에 몸담았던 인사를 스카우트했다. 세계는 그룹 내 '아픈 손가락'인 지마켓, 쓱닷컴에 충격 요법을 통해 쿠팡 등에 밀린 이커머스 시장에서 반등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19일 그룹 양대 이커머스 계열사인 지마켓, 쓱닷컴 대표로 각각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최훈학 전무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마켓, 쓱닷컴은 주요 임원도 바꾸고 기존 부서 역시 개편하면서 조직 체계를 재정비했다.

대표 교체는 신세계 이머커스 계열사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마켓, 쓱닷컴은 지난해 각각 321억 원, 1,03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과거보다 주춤하고 있긴 하나 유통업계를 여전히 주름잡고 있는 그룹 맏형 이마트와 비교해 두 회사는 돌파구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었다.

신임 지마켓 대표는 이번 인사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신세계가 외부 수혈한 정 대표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일을 하다 2015년부터 쿠팡 재무 계획 및 분석(FP&A) 부문 임원,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거쳐 최근까지 알리페이 유럽·중동·한국 대표를 맡았다. 이커머스 시장 최대 경쟁사인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에 빠삭한 인사를 아군으로 끌어온 셈이다.

신세계는 지마켓 핵심 임원인 테크본부장, 최고제품책임자(CPO)도 각각 쿠팡 출신 오참 상무, 네이버 출신 김정우 상무로 교체했다. 이에 따라 지마켓 수뇌부는 모두 경쟁사를 잘 이해하는 외부 영입으로 채워지게 됐다.



신세계 "이커머스 사업, 완전한 변화"


정용진(가운데) 신세계그룹 회장이 2월 23일 서울 중구 인재개발원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입문교육 수료식에서 신입사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가운데) 신세계그룹 회장이 2월 23일 서울 중구 인재개발원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입문교육 수료식에서 신입사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쓱닷컴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변화를 택했다. 쓱닷컴을 지휘할 최 대표는 기존 직책인 영업본부장을 함께 맡는다. 이커머스 핵심인 상품 구매·배송 등을 총괄했던 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 신선식품·물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인사는 3월부터 그룹을 이끌게 된 정용진 회장의 '신상필벌' 원칙이 다시 적용된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한 달 만인 4월, 실적 악화 책임을 물어 신세계건설 대표를 가장 먼저 내보냈다. 실적 부진 계열사 대표는 정기 인사철이 아니더라도 수시 인사로 바꾼다는 신호탄이었다.

지마켓, 쓱닷컴은 새 대표 체제에서 5일 신세계와 CJ그룹이 물류·식품·미디어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맺었던 업무협약 이행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마켓은 7월부터 CJ대한통운과 익일 택배 주문 마감 시한을 현재 오후 8시에서 자정으로 늦추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쓱닷컴은 경기 김포·오포 물류센터 두 곳의 운영을 단계적으로 CJ대한통운에 넘긴다. 지마켓, 쓱닷컴이 본업인 유통에 집중하고 취약 분야였던 물류는 CJ대한통운에 몰아주는 구조다. 신세계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했던 이커머스 사업군은 CJ그룹과의 협력, 핵심 임원 교체 등 완전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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