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무더위'에 성대한 환영식… 김정은에 최고급 車 '아우르스' 선물한 푸틴[북러정상회담]

입력
2024.06.19 21:00
수정
2024.06.19 22: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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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영접, 푸틴에 '상석' 양보한 김정은
공식 환영식, 김일성 광장에 '백마기병' 도열
푸틴 선물한 '아우르스' 번호판엔 '7 27 1953'
환영 콘서트에서는 러시아 가요 연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평양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걷고 있다. AFP 연합뉴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평양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걷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2000년 이후 24년 만에 평양 김일성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상회담 파트너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걸어간 그를 향해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다. 푸틴 대통령은 도열한 의장대의 공식 환영 행사를 마친 뒤 곧바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당초 예상과 다른 '당일치기' 일정이었지만 북한은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옛 소련군 추모 해방탑에 헌화하고, 러시아 정교회 성당인 정백사원을 들르는 등 촘촘한 일정을 보냈다.

이날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낮 12시 15분쯤 환영식 장소인 평양 김일성 광장에 도착했다. 새벽 2시 22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해 마중 나온 김 위원장을 만난 후 10시간 만에 공식 일정에 돌입한 것이다. 앞서 두 정상은 공항에서 두 차례 포옹을 하고 손을 맞잡으며 지난해 9월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에 만난 반가움을 한껏 드러냈다.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러시아산 리무진 '아우르스'에 승차하는 과정에서는 김 위원장이 '상석'을 여러 차례 권해 끝내 관철시키며 서른두 살 위인 푸틴 대통령을 각별히 예우했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카 퍼레이드를 위해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평양=AFP 연합뉴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카 퍼레이드를 위해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평양=AFP 연합뉴스


김일성 광장에 나란히 선 푸틴과 김정은

이날 김일성 광장에 등장한 김 위원장은 차에서 내린 푸틴 대통령과 함께 레드카펫을 걸어 단상으로 향했다. 레드카펫 끝에 도열한 북한 기병대 소속 백마부대가 차에서 내린 푸틴 대통령을 맞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민대학습당 건물 앞에 마련된 단상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비롯해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 등이 도열해 있었고, 푸틴 대통령은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와 딸 주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 정상은 나란히 서서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의장대를 사열했다. 평양 주민들의 환영식 공연도 함께 봤다. 푸틴 대통령이 왼쪽, 김 위원장이 오른쪽에 섰다. 광장에 선 주민들은 흰색과 파란색, 빨간색 티셔츠를 입었다. 형형색색의 풍선들은 하늘을 수놓았다.

타스통신은 김일성 광장이 세계 30대 광장 중 하나로 110만 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타스에 따르면 이날 평양 기온은 33도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사열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온 두 정상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손에 든 풍선과 국기를 흔드는 어린이들을 지나 차로 향했다. 두 정상이 차에 오르자 카퍼레이드가 진행됐다. 평양 주민들은 쉴 새 없이 꽃과 북한 국기, 러시아 국기를 흔들면서 푸틴 대통령을 환영했다. 주민들은 푸틴 대통령의 사진이 인쇄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는데, 사진 상단에는 '로씨야연방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일성 광장의 건물들은 러시아와 북한 국기로 장식돼 있었다. 사열이 진행된 인민대학습당 건물 앞에는 외벽이 쳐졌고, 여기에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렸다. 리아노보스티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조로친선’ 문구를 매단 애드벌룬이 광장에 등장했다. 건물 벽에도 '환영'을 의미하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러시아 언론 '베도모스티'는 "도로변 기둥에 푸틴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며 "300~400개는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오후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이 차량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아우르스' 차량으로, 번호판에는 '7 27 1953'이 새겨져 있다. 평양=로이터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오후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이 차량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선물한 '아우르스' 차량으로, 번호판에는 '7 27 1953'이 새겨져 있다. 평양=로이터 연합뉴스


회담 후 번갈아 '아우르스' 운전… '산책 외교'

환영식을 마친 두 정상은 곧바로 평양 금수산 영빈관으로 자리를 옮겨 정상회담에 나섰다. 북한 측에서는 김 총리와 최 외무상 등 6명이, 러시아에서는 데니스 만투로프 제1부총리 등 13명이 배석했다. 러시아 참석자가 북한보다 두 배 많은 게 특징이었다. 자연히 회담 주제 범위도 넓었다. 북한은 외교·군사 분야에 주력한 반면 러시아는 에너지, 교통, 철도, 우주 분야 책임자들이 회담장에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회담장 중앙에는 러시아 국기를 형상화한 흰색, 파란색, 빨간색 꽃 장식이 돼 있었다.

두 정상은 약 두 시간에 걸친 일대일 회장을 마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서는 김 부부장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아우르스 한 대와 차 세트, 해군 장성의 단검을 선물했다. 두 정상은 이날 이 차를 번갈아 운전하면서 영빈관 인근을 돌고, 양측 통역관만 대동한 채 장미로 둘러싸인 정원을 산책하기도 했다. 차 번호판에는 6·25 전쟁 정전협정일을 의미하는 '7 27 1953'이 새겨져 있었다.

두 정상은 이후 평양 중심부에 세워진 '해방탑'에 함께 헌화했다. 해방탑은 1945년 북한 지역에서 일본군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전사한 옛 소련군을 추모하는 상징물로, 푸틴 대통령은 24년 전 방문 때도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이어 평양체육관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 방북 환영 콘서트에 참석했다. 이 공연에서는 러시아 노래인 '브스타녬'(일어나)과 '볼가강에서 예니세이강까지' 등이 연주됐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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