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있어도 못 써” “지엽적이자 비현실적” 노동계, 저출생 대책 혹평

입력
2024.06.19 17:20
수정
2024.06.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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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
민주노총 "단기 육아휴직? 회사 눈치 보여 쓰기 힘들어"
한국노총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나쁜 일자리 양산"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아산홀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아산홀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특단은 없고 모순만 가득하다.”

노동계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내놓은 저출생 대책에 이 같은 박한 평가를 내놨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고용 불안, 저임금, 비정규직 확산 등 구조적 문제에 있는데, 정부는 육아휴직 활성화와 같은 지엽적 대책만 내놨다는 비판이다.

민주노총은 19일 논평을 통해 “저고위 대책은 저출산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단기적·지엽적 대책에 그칠 뿐 아니라 현실성마저 결여돼 있다”며 “저고위도 고용 불안과 저임금, 비정규직 문제를 저출산과 혼인 기피의 원인으로 보면서도 일자리의 질을 개선할 근본적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부모의 육아 부담을 줄이는 내용을 담은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1년에 2주가량 사용할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제’를 도입하고 ‘아빠 출산휴가’를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리는 내용 등이 담겼다. 돌봄인력 해소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외국인 가사도우미 1,200명을 영입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민주노총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남성 노동자 절반 이상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현재도 육아휴직 신청이 가능하지만 부담을 느끼거나 회사 눈치가 보여 사용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아빠 육아휴직 확대와 출산휴가·육아휴직 통합신청제는 현실성이 결여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육아휴직을 최대 3회(현행 2회)까지 쪼개 쓰게 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두고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은 전체의 15%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기업에 국한됐다”며 “말뿐인 지원제도를 만들어봐야 근본적 노동환경 개선과 노동자 권리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한국노총 역시 “이번 대책에는 ‘특단의 대책’은 보이지 않고 ‘모순’만 보인다”며 “정부가 아직도 일 ·가정 양립과 돌봄 문제를 나쁜 일자리와 차별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체인력 고용 지원,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등 정부 정책이 ‘나쁜 일자리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취지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와 외국인 유학생에게 우리 돌봄을 기대겠다고 한다”며 “가뜩이나 열악한 돌봄 일자리를 더 나쁜 일자리로 만들고, 돌봄 서비스의 질도 저하시킬 것”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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