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내년부터 ‘불’ 빼고 ‘빛’의 축제로 재탄생

입력
2024.06.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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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축제 기본계획 발표
오름 불 놓기 행사는 폐지
빛?조명 등 활용 불 형상화

제주들불축제 중 오름 불놓기 행사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들불축제 중 오름 불놓기 행사 장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환경훼손과 산불위험 등으로 제주들불축제의 백미인 ‘오름불놓기’ 행사가 폐지된 가운데 내년 부터는 ‘불’ 대신 ‘빛’의 축제로 새롭게 재탄생된다.

제주시는 ‘2025 제주들불축제 기본계획’을 수립해 20일 발표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시민기획단의 의견 수렴과 원탁회의 운영회의, 전국 콘텐츠 공모 등의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주요 내용을 보면 2000년부터 시작된 축제의 핵심 콘텐츠인 ‘오름 불 놓기’ 행사는 폐지한다. 오름 불 놓기는 제주도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30만㎡를 태우는 행사로, 국내 최대 규모의 불 관련 축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해 동해안 산불 여파와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존폐 논란이 이어져왔다. 산불 위험과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주시는 새로운 들불축제 방향을 찾기 위해 올해 축제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후 시는 숙의형 원탁회의 등을 거쳐 결국 오름 불 놓기 행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는 오름에 직접 불을 놓는 방식 대신 빛과 조명 등을 이용해 축제의 의미인 불을 형상화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소규모로 진행되는 ‘달집태우기’는 계속해 축제의 정체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시는 또 시민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즐기는 축제를 위해 주 무대 등 필수 공간을 제외한 축제 행사장을 시민참여 공간으로 재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축제 기간 내 축제장 일부를 캠핑 구역 등으로 설정하고, 락페스티벌 등 각종 체험놀이 공간, 푸드트럭과 라이브커머스 운영을 위한 공간도 제공할 예정이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제주의 정체성과 생태 가치를 지키고 시민참여 축제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축제 기본계획에 시민기획단의 논의 결과를 적극 반영했다”며 “축제의 명맥은 이어가되 제주의 정체성과 생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시민참여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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