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보험이니 갈아타세요~"... 보장·혜택 줄어들 수도

입력
2024.06.24 12:00
수정
2024.06.2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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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업계 부당승환계약 만연
금감원, 기관제재 강화하기로
"정말 필요한 보험인지 판단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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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이번에 보험 상품이 새로 나왔는데 기존 계약보다 훨씬 보장이 좋아요. 사망보험금이 기존에는 4,000만 원이었는데 새 상품은 5,000만 원이나 주거든요. 보장 강화해드릴까요?"

A씨는 보험 설계사의 권유에 최근 기존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새로운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기존 보험(납입보험료 2,700만 원)을 깨면서 해약환급금 2,200만 원을 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보험상품(납입보험료 3,500만 원)에 가입하는 데는 1,300만 원밖에 들지 않아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A씨는 사망보험금 1,000만 원을 늘리기 위해 보험료 1,300만 원을 추가로 부담한 꼴이 됐다. 게다가 신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은 아무런 보장을 받을 수 없는 '면책기간'까지 떠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A씨와 같은 불법 승환계약이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에 만연하다고 판단, 제재 수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그간 부당승환에 대한 제재가 설계사 개인 제재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GA 영업정지나 등록 취소까지 기관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당승환은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면서 신계약을 청약하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특히 신계약 체결 전후 6개월(또는 1개월) 이내 소멸된 기존보험계약이 존재하는 경우엔 보험업법상 불법이다. 금감원 분석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부당 승환계약 금지 위반 관련 GA 10개사에 과태료 5억2,000만 원이 부과됐고, 소속 설계사 110명에게는 업무정지(30~60일) 및 과태료(50만~3,150만 원) 조치가 내려졌다.

문제는 설계사에게 승환계약 유인이 많다는 데 있다. 판매 수수료가 중요한 설계사는 수수료를 높이기 위해 보험 리모델링, 보장 강화 등 명목으로 이미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를 유사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대형 GA 등에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심해지면서 1억~2억 원에 달하는 정착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하는데, 금감원에서는 이런 환경이 부당 승환계약을 양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는 기존 보험계약을 해약하면서 납입보험료보다 적은 해약환급금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사이에 연령이 높아진 만큼 신계약 보험료는 상승해 금전적 손실을 입을 확률이 높다. 신계약 체결 시 면책기간이 다시 적용되므로 한동안 보장이 단절되는 위험에도 노출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갈아타기를 권유받은 경우 보장 내용, 보험료 등을 비교해 정말 새로운 보험이 필요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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