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신 행정직원이 건강진단 판정... 법원 "검진기관 취소 정당"

입력
2024.06.24 11:47
수정
2024.06.24 14: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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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거짓 기재·무자격자 판정한 의원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근로자 대상 건강검진 결과를 의사가 아닌 행정담당 직원이 판정한 의원에 대해, 노동청이 진단기관 지정을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고은설)는 A의원 원장이 서울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장을 상대로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의 A의원은 2019년 5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특수건강진단기관으로 지정됐다. 특수건강검진은 소음, 분진, 야간작업, 화학물질 등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사업주가 실시하는 건강검진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지난해 기관 점검에서 A의원은 △의사가 아닌 행정담당 직원이 진단 결과를 판정하고 △국고보조금을 부정수급하려는 업체 요청을 받아들여 서류상 검진 일자를 바꿔준 사실이 발각됐다. 또 △검사 부적합 판정을 받아 흉부방사선 업무가 정지된 기간에 관련 검사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노동청은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을 취소했고, 의원은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A의원 측은 "국고보조금을 수령한 업체의 검진 날짜는 실제로 바뀐 게 맞는데 행정직원 실수로 일자를 변경하지 않고 업무처리를 한 것에 불과하다"며 "판정 작업도 의사가 한 게 맞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의원 측 변명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시 A의원에 대해 3년간 특수건강진단 비용지원 사업 참여제한 결정을 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설령 과실이라 할지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를 하지도 않은 의사 명의로 결과표를 작성한 것도, 단순히 업무처리 편의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처분이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에도 "특수건강진단은 의료기관의 허위 판정 시 근로자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수건강진단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이 사건 처분으로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이로 인해 A의원이 임직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짚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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