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전지 발화, 소화기로 못 꺼… 물이 화재 키웠을 수도"

입력
2024.06.25 12:30
수정
2024.06.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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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하성 교수 CBS라디오 인터뷰
"소화기 진화 대신 대피했다면"
"누수 점검했다면 화재 없었을 수도"

24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화성=뉴스1

24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화성=뉴스1

경기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24일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리튬이 물을 만나면서 화재가 커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리튬이 물과 만나면 수소가스가 발생하는데, 그 자체로는 폭발이 일어나지 않지만 포장지 마찰 등에 의해 불꽃이 조금만이라도 있으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공 교수는 "리튬 전지에 강한 충격을 주거나 제조상 결함으로 플러스마이너스 극 분리막이 손상되면 고열이 발생하고, 이게 폭발로 쉽게 이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독가스 마셔 제때 대피 못 했을 수도"

그는 근로자들이 유독가스를 마셔 제때 대피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숨진 근로자들은 최초 발화원인 공장 2층에서 발견됐는데, 소방당국은 불이 출입구 부근에서 발생해 작업자들이 탈출로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근로자들은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시도했지만, 폭발 15초 만에 연기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공 교수는 "리튬 전지는 목재에 비해 유독가스가 수백 배 이상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데, 심장마비도 일으킬 수 있고 벤젠 같은 경우는 마취 증상이 나타나 대피하려고 해도 마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소화기 자체로는 리튬 전지 불을 끌 수가 없는데, 소화기로 불을 끄기보다 신속하게 대피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일각에서는 최근에 내린 비로 리튬 전지가 누수 등에 의해 수분에 노출되면서 화재가 커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물과 만나면 수소가스가 계속 지속적으로 발생돼 가연물을 계속 생산하므로 화재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이지만) 만약 누수에 의해 가연성 가스가 발생했고 이것이 화재가 난 원인이라면, 사전에 주말에라도 누수를 철저하게 점검했다면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튬전지 화재, 반경 800m까지 위험"

공 교수는 화재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도 유독물질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미국 유해물질 안전관리국은 리튬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최소 반경 800m까진 위험하므로 그 이상 떨어진 곳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200m~500m 근방까지, 아니면 800m 반경까지는 독성에 대한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유독가스는 외부로 배출이 되면 대기로 확산하는데 공기보다 무거워서 바닥에 머물거나 물건들에 달라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며 "혹시 화재 난 공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면 창문을 잘 닫아놓는 게 중요하고, 환풍기나 공기청정기를 틀어서 실내를 정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31분쯤 경기 화성시 서신면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리튬 전지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곳은 연면적 2,362㎡, 3층짜리 철콘조기타지붕 건물로 리튬을 취급하는 곳이다. 최초 발화는 11동 가운데 3동 건물 2층에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22명이 숨졌고, 중상 2명, 경상 6명 등 총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 명은 실종됐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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