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4세 참전용사, 한국전쟁 휴전 71년 만에 '퍼플하트' 훈장 받았다

입력
2024.06.25 11:30
수정
2024.06.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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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 거주 도널드 도너 상병
총상 입은 뒤 北 포로로 잡혀 고문
관련 기록 없어 공로 인정 못 받아
로저스 공화당 의원 지원에 수훈

한국전쟁 참전용사 도널드 도너(가운데) 상병이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왼쪽) 미 공화당 하원의원으로부터 '퍼플하트' 훈장을 전달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저스 의원실 제공

한국전쟁 참전용사 도널드 도너(가운데) 상병이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왼쪽) 미 공화당 하원의원으로부터 '퍼플하트' 훈장을 전달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저스 의원실 제공

한국전쟁 발발 74주년을 앞두고 미국 육군 출신 참전용사가 94세의 나이로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미 공화당 하원의원(워싱턴)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워싱턴주 우스크에 살고 있는 퇴역군인 도널드 도너 상병에게 미국 정부가 수여한 퍼플하트 훈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퍼플하트 훈장은 군 복무 도중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은 미군에게 수여되는 상이군인훈장이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직접 제정해 지금까지 수여가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로저스 의원 측 설명에 따르면 도너 상병은 1948년 미 육군에 입대한 뒤 일본에서 무선통신병으로 복무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보병부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도너 상병은 전투 과정에서 오른쪽 다리에 수차례 총상을 입었다. 그는 결국 북한군에 포로로 잡히면서 극심한 고문까지 당해야 했다. 포로로 있는 동안 폭행을 당하면서 턱이 부러졌다.

도너 상병은 700명이 넘는 다른 포로들과 함께 북한 북부 지역인 만포~중강진의 '죽음의 행진'에도 동원됐다고 한다. 9일간 이뤄진 행진에서 100명 이상의 미군이 사망했다. 도너 상병은 행진 도중 동료의 도움으로 오른쪽 다리에서 총알을 제거할 수 있었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


정전협정 71년 만에 뒤늦게 훈장 받아

도너 상병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다른 미군 포로들과 함께 풀려나 미국으로 송환됐다. 국가로부터 전쟁 참여 공로를 인정받고 싶었지만 당시엔 불가능했다. 참전용사가 퍼플하트 훈장을 받기 위해서는 전쟁 중 부상을 입증할 만한 의료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도너 상병의 경우 포로로 잡히는 바람에 관련 기록이 없었다. 그러다 도너 상병의 손자가 지난해 9월 로저스 의원실 측에 할아버지가 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로저스 의원 측이 지원한 결과 지난 2월 미 정부는 도너 상병에 대한 훈장 수여를 승인했다.

로저스 의원은 "도너 상병의 임무와 국가에 대한 헌신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3년 반 동안 북한에서 인질로 잡혀 있었을 때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면서 "그는 형용할 수 없는 악에 맞선 용기와 인내로 정의되는, 진정한 미국의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미군은 약 18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전사자가 3만6,000여 명, 부상자가 10만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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