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귀농·귀어" 옛말... 60대는 왜 점점 도시를 안 떠날까

입력
2024.06.25 15:00
수정
2024.06.25 15:3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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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고용률 올라 귀농·귀어 선택 줄어
귀농 17%·귀어 27%·귀촌 5% 최대 감소
농촌체험 증가, 수산업법 강화 영향도

대구 달성군 구지면 한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17일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뉴스1

대구 달성군 구지면 한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17일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뉴스1

간호계에 종사하다 2년 전 정년퇴직한 강모(62)씨는 지난해 하반기 요양병원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본래 은퇴 직후 고향 제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밭을 가꾸며 살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주변에서 고용노동부 연계 일자리를 추천했다. 강씨는 "아직 일을 할 수 있고, 연금 수령 시기가 남았는데 자녀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농촌, 어촌으로 향한 사람이 크게 줄었다. 주로 은퇴 후 도시를 떠나 촌으로 이동해 귀농, 귀어 인구를 견인하던 60대 고령층의 고용률이 올라간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강씨처럼 귀촌을 계획했던 이들도 정부 공공 직접 일자리 등 정년 이후에도 도시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2023년 귀농어·귀촌인 통계. 통계청

2023년 귀농어·귀촌인 통계. 통계청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3년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귀농가구(1만307가구)와 귀농인(1만540명)은 각기 1년 전에 비해 17%·16.7% 감소했다. 귀어가구(716가구)와 귀어인(750명)은 24.7%·26.7% 줄어 내림폭이 더 크다. 귀촌가구(30만6,441가구)와 귀촌인(40만93명)으로 넓혀도 각각 3.9%·5% 떨어졌다. 모두 2년 연속 감소세로, 귀농·귀어 인구 감소폭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귀촌은 동에서 읍·면으로 이주한 때, 귀농·귀어는 귀촌인 중에서도 농어업 등록·허가 등 관련 신고가 이뤄진 때 집계된다. 지역별로 귀농가구는 경북(18.5%)·전남(17.3%), 귀어가구는 전남(39%)·충남(27.8%), 귀촌가구는 경기(26.5%)로 향하는 비중이 높은 경향이 지속됐다.

제주 오조리 어촌계 전경. 해양수산부

제주 오조리 어촌계 전경. 해양수산부

귀농·귀어·귀촌 가구주 평균 연령은 각 56.3세, 52.9세, 45.4세로 모두 전년보다 낮아졌고, 가구 특성에선 1인 가구가 80% 안팎을 차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21년엔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이 어려워져 귀촌 인구가 크게 늘었는데, 그 후 2년간 고령층 도시 취업자 수와 고용률 증가로 귀농·귀어 흐름을 주도하던 60대가 줄어든 영향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연령대도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시 실업자 수 감소와 함께 전입신고 없이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농촌 살기·농막 수요가 증가한 점도 귀농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비교적 감소폭이 크게 나타난 귀어의 경우 무분별한 남획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1월부터 6개월 이상 해당 지역에 주소를 둔 이에 한해 어업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가 수산업법 기준을 강화한 영향도 있다.

세종=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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