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서 태어난 큰고니 세쌍둥이 야생으로 돌아간다

입력
2024.06.2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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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을숙도서 야생 적응 중..."올 겨울 무리에 합류할 것"
1996년 총 맞아 낙오한 부부 백조가 지난해 늦둥이로 낳아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현재 을숙도에서 야생 적응 중인 큰고니 세쌍둥이.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에서 태어나 현재 을숙도에서 야생 적응 중인 큰고니 세쌍둥이.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가 사육 중인 천연기념물 큰고니 세 쌍둥이를 야생 방사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에버랜드는 이를 위해 이날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에버랜드,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조류생태환경연구소 등 3개 기관 간 ‘멸종위기종 보전 및 생태계 복원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 3개 기관은 지난해 6월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큰 고니 세 쌍둥이 봄·여름·가을을 을숙도 철새공원에서 보호 관리하며, GPS를 부착하고 이동 경로를 분석해 이번 겨울 야생 큰고니 무리와 함께 동행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일명 백조로 불리는 큰고니는 겨울철에만 우리나라에 머물고 여름엔 러시아 북구 툰드라와 시베리아 등에서 살면서 번식을 한다. 이번 방사 예정인 큰고니 세 쌍둥이는 1996년 총에 맞은 채 남양주시에서 발견된 수컷 '날개’와 암컷 ‘낙동' 부부의 새끼들이다.

한 번 정해진 짝과 평생을 함께하는 큰고니의 특성상 아내 ‘낙동’은 남편 ‘날개’ 곁을 지키다가 함께 무리에서 낙오됐는데 조류보호협회 관계자들에게 구조돼 에버랜드에서 지내오고 있다.

다치고 나이들어 더 이상 날지 못하게 된 '날개'와 '낙동' 부부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20여년간 알을 낳지 못했으나, 2020년 수의사와 사육사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서 첫째 '미오'를 부화시킨 바 있다.

에버랜드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등 관계자들이 큰고니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에버랜드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등 관계자들이 큰고니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큰고니는 야생에서 수명이 25년 정도로 날개와 낙동 부부는 사람 나이로 치면 70대에 첫 새끼를 보았으며, 2023년 봄·여름·가을·겨울 네 쌍둥이 부화에도 성공했다.

에버랜드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조류생태환경연구소는 지난해 7월부터 새끼들을 관찰한 결과 선천적으로 건강이 완전치 않은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세 쌍둥이를 야생 철새 무리들과 동행시키기로 했다.

지난 10월부터 을숙도 철새공원에서 지내고 있는 세 쌍둥이는 최대 60여 ㎞ 떨어진 곳까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야생에 적응해 나가고 있어 11월경 돌아오는 야생 큰고니 무리에 합류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에버랜드 정동희 주토피아 팀장(동물원장)은 "동물원에서 태어난 큰고니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한다면 큰고니 보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면서 "GPS로 상세한 이동 경로를 확인해 큰고니 생태 연구에도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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