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이고 미래 투자 결정...SK그룹 새 판 짜는 최태원·최창원

입력
2024.06.28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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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9일 1박 2일 마라톤 회의 예정
"AI·반도체 재원 확보가 최우선"

최창원(왼쪽)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시스·뉴스1

최창원(왼쪽)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시스·뉴스1

SK그룹이 28, 29일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사업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조정) 방향을 논의한다. SK그룹 내 중복 사업 통폐합의 분수령이 될 이번 회의에서 CEO들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사업의 투자 재원 확보 방법도 살필 계획이다.

SK그룹은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 30여 명이 참석한다고 27일 밝혔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화상으로 참여한다.

1박 2일의 '끝장 토론식'으로 진행될 이번 회의의 방향은 크게 두 축으로 예상된다. ①AI·반도체 등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 방안과 ②부실·중복 사업 재편 방안이다. SK그룹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2, 3년 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그룹 보유 사업 분야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가 그룹 안팎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발등의 불'인 중복·부실 사업 재편 때문이다.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SK수펙스추구위원회는 "(경영전략회의에서) 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성장 유망 사업도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방안을 의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CEO는 올해 초부터 각 사별로 진행한 '운영 개선(Operation Improvement·사업 효율성 극대화) 강화 및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을 통한 재원 확충 방안'을 공유, 협의할 예정이다.


연결 자회사 716개로 늘어..."내실 경영 기점"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SK그룹은 최근 수년 동안 인수합병(M&A)과 사모펀드(PEF) 등을 통한 대규모 투자로 몸집을 키워왔다. 2018년 260개였던 SK그룹 내 자회사 수는 2020년 325개, 2022년 572개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716개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해 말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보면 SK의 계열사 수(국내 한정)는 219개로 삼성(63곳), 현대차(70곳) 등 다른 그룹사를 압도한다.

그러나 글로벌 불황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영향으로 이차전지 등 일부 주력 투자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룹 안팎에서는 기존 투자가 제대로 이뤄졌느냐를 두고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여기다 지난해 말 SK수펙스 의장에 취임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내 중복 사업 재편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두면서 몸집 줄이기가 화두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의 사업 재편에 관한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배터리 회사 SK온의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자비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후 상장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후 투자 자금 확보 방안 등이다. 이 밖에 잇단 투자 실패로 지난해 2조3,000억 원 이상 영업 손실을 낸 투자 전문 중간지주회사 SK스퀘어의 자회사 정리, M&A로 부채가 급증한 SK에코플랜트의 재무 구조 개선 등도 핵심 안건으로 떠오른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는 계열사별 구체적 개편안을 결정하기보다는 큰 틀의 미래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는 SK그룹의 '3대 회의'로 그룹의 전략 방향성을 논의한다. 이후 이천포럼(8월)에서 중장기 경쟁력과 직결된 경영 화두를 제시하고 10월 CEO 세미나에서 계열사별 구체적 실행 전략을 꾀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 온 내실 경영을 통한 투자 여력 확대와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과 방법론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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