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모자 피습' 사건 '반중' 정서 자극할라... SNS 게시물 삭제 나선 중국

입력
2024.06.28 16:31
수정
2024.06.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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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보, 일본인 피습 관련 게시물 대거 삭제
"민족주의 감정 자극, 가해자 찬양" 이유
기모노금지법도 취소... 반중 정서 확산 차단

지난 24일 중국인 괴한이 쑤저우에서 스쿨버스를 타려던 일본인 엄마와 아들을 칼로 공격한 사건이 발생한 버스 정류장의 모습. 웨이보 캡처

지난 24일 중국인 괴한이 쑤저우에서 스쿨버스를 타려던 일본인 엄마와 아들을 칼로 공격한 사건이 발생한 버스 정류장의 모습. 웨이보 캡처

일본인 모자(母子) 피습 등 중국에서 외국인 대상 범죄가 잇따르자 중국이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내 애국주의 정서가 세계 각지에서 커지고 있는 반중(反中)정서를 자극할까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29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최대 SNS 웨이보는 최근 일본인 모자 피습 사건과 관련된 게시물 759개를 삭제하고 해당 계정 36개를 차단·폐쇄했다. 웨이보는 "문제의 콘텐츠가 민족주의 감정과 집단 증오를 조장하고 심지어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범죄 행위를 찬양하는 극단적인 발언을 퍼뜨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선 중국인 괴한이 스쿨버스를 기다리던 일본인 엄마·아들과 스쿨버스 안내원 중국인 여성 등 3명을 칼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본인 모자는 부상을 입었고, 중국인 여성은 치료를 받았지만 26일 숨졌다. 이에 앞서 10일 지린성 지린시에선 중국 대학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강사 4명이 중국인 남성이 휘두른 칼에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모노 처벌법' 법제화 중단

지난해 8월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다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여성. 사진=웨이보 캡처

지난해 8월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다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여성.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은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른바 '기모노 착용 처벌법' 도입도 최근 중단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해 9월 '치안관리법 수정 초안'에 "중화민족의 정신·감정을 훼손하는 복식 착용자를 구류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로 반일 감정이 치솟던 당시 한 중국인 여성이 기모노 복장으로 거리를 활보하다 공안에 체포된 직후라, 기모노 착용 금지법으로 불렸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 "중화민족의 정신을 훼손하는 복장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의견에 따라 이 조항 삽입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일본인이 중국에서 잇따라 피습당하면서 주변국 내 반중 정서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인 모자 피습 사건 다음 날 정례브리핑에서 유감을 표명하며 "이런 사건은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은 우리 국민과 마찬가지로 중국 내 외국인 안전 보호에 효과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인 돕다 사망한 중국인 '의인' 강조

대신 중국은 일본인 모자를 돕다 숨진 중국인 여성을 '의인'으로 치켜세웠다. 신화통신은 28일 스쿨버스 안내원 후유핑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쑤저우 당국이 후씨의 의로운 행동을 인정했다"며 "견의용위(見義勇爲·정의를 보고 용감하게 행동했다는 뜻) 칭호 추서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중 일본대사관도 이날 웨이보 공식 계정에 "후 여사는 악인의 손에서 무고한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했다"며 "그의 의로운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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