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유효기간’ 지난 특정기술 관급 공사에 적용 강요··· 천안 하수관로 공사 의혹 '일파만파'

입력
2024.07.02 16:37
수정
2024.07.03 09:09

신기술 보호기간 만료 후 사용협약 체결
특정업체 하청 요구에...특정공법도 강요
국토부 행안부 "천안시-업체 협약 무효"
짙어지는 하수관로 정비공사 '불법' 의혹

천안맑은물본부의 차집관로 공사 관련 사업 일정표. 인포 그래픽=강준구 기자

천안맑은물본부의 차집관로 공사 관련 사업 일정표. 인포 그래픽=강준구 기자

충남 천안시가 하수관로 정비공사 시공사에 특정 회사를 하청업체로 쓸 것을 강요해 논란인 가운데, 철 지난 ‘신기술 공법’을 보유한 업체와 업무협약까지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천안시는 시공사에 '이 기술을 사용해서 공사할 것'을 공문으로 수차례 종용했다. 110억 원짜리 하수관로 정비공사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3일 천안시에 따르면 맑은물사업본부(맑은물본부)는 2022년 6월 (주)아록이엔지와 'MSHS 신기술' 사용 협약을 맺었다. 차집관로 보수 공사에 아록이엔지의 신기술 공법을 적용한다는 상호 협약이다. 협약서에는 ‘다기능 안전고압호스를 이용한 하수관 비굴착 전체보수공법(MSHS) 건설신기술 제711호’로 명명된 신기술의 명칭과 인증번호가 기재됐다.

문제는 협약서에 명시된 신기술은 협약서가 작성되기 전인 2021년 9월 신기술 보호기간이 만료됐다는 점이다. 신기술 보호 제도는 기업과 연구기관들의 신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촉진하기 위한 장치로, 해당 신기술에 대한 배타적, 독점적 권리를 보장한다. 그러나 일정 기간(최장 15년) 이후에는 '신기술'로 보호 받지 못한다.

하수관로 정비공사 시공사인 H건설 관계자는 “해당 공사와 관련된 더 나은, 최신 신기술 보유 업체가 6곳이나 되는데도 맑은물본부는 계속 그 헌 기술을 높은 가격에 구입해서 공사하라고 강요한다”며 “아록이엔지가 영업정지로 상하수도 사업 면허를 반납하고 폐업하자, 그 신기술에 대한 권리를 이전받았다는 (주)케이튜브와의 계약까지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아록이엔지와 케이튜브사 대표는 동일인이다.

관계 기관은 천안시와 아록이엔지 간 협약의 무효와 함께 지방계약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한다. 국토교통부 기술정책국 관계자는 “보호기간 만료 후 계약이 체결됐다면 신기술 사용 협약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MSHS 신기술' 사용 협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또 지방계약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국 관계자도 “신기술이 아닌 기술을 신기술로 인정하고 협약을 맺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맑은물본부는 협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강탁 과장은 ”신기술 보호기간은 만료됐지만, 신기술 공법에 대해선 2031년까지 특허 권리가 있다”며 “신기술 사용 협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기술에 특허가 반영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은 떨어진다. 또 협약서에는 맑은물본부가 주장하는 특허 권리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

케이튜브의 2023년도 시공 능력 평가액은 4억 2,000만 원이다. 천안시가 해당 기술을 적용하려는 구간의 공사금액 15억 원이다. H건설 관계자는 "맑은물본부가 요구하는 업체(케이튜브)와 하청 계약을 할 경우, 오래된 기술 사용으로 공사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업체가 영세해)1년 이상 이어질 공사 현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천안시 원성동 하수관로 정비공사는 발주처의 강압적 청탁, 이를 H건설이 거부하면서 1년 동안 답보 상태다. 맑은물본부는 '부진공정'을 이유로 H건설에 계약 해지를 예고했고, H건설은 맑은물본부 본부장과 과장, 팀장 등 공무원 4명을 논산경찰서에 고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혐의는 강요에 의한 직권남용과 보복조치,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위반이다.



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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