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노동 저자 "직장 내 헛일 없애기, 자유로운 의사소통에서 출발"

입력
2024.07.01 14:23
수정
2024.07.01 14:5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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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뇌르마르크 방한 인터뷰]
책 '진짜노동'으로 가짜노동 없앨 해법
자유로운 이의·직장 내 불신 해소 필요

'진짜노동'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진짜노동'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구별법이요? 간단해요. 하지 않아도 티나지 않는 노동이 가짜노동이죠. 반면 진짜노동은 하지 않으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이죠."

최근 수년간 인간의 '노동과 여가'를 다룬 저작 중 가장 주목받았던 책이 바로 '가짜노동'(2022년 국내 출간)이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는데, 인간은 왜 '노동의 굴레'를 탈출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명쾌하게 제시한 책이 '가짜노동'이다. 바쁜 척하는 헛짓거리, 무의미한 업무인 가짜노동을 하는 데 시간을 쓰느라, 인간은 스스로를 일의 감옥에 가두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이 책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2월 본보 심층기획 '당신을 좀먹는 가짜노동'에 등장한 사례를 언급했다. 뇌르마르크는 "오후 10시까지 일하다 결국 출산을 포기한 한국 맞벌이 부부의 사연이 인상 깊었다"며 "가짜노동이 한국과 같은 저출생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짜노동'을 통해 '일하는 척'을 고발한 뇌르마르크가 최근 두 번째 책 '진짜노동'을 출간했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선 진짜노동을 위한 세밀하고 정밀한 방안들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본보가 뇌르마르크와 나눈 일문일답.

'진짜노동'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진짜노동'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_당신의 책 '진짜노동'은 불분명하고 무의미한 말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덴마크와 달리, 아시아 문화권은 확실히 상대방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 한국 기업에 자문을 제공할 때도 '사람들이 예의를 차리느라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물론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내 주장이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가짜노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 나에게 무의미한 노동을 시킨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지적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_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직원들은 자기 일이 가짜노동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경영진은 직원들이 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그간의 금기를 깨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익명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를 열고, 가짜노동을 줄이는 게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도움 될 것이란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해야 한다."

_한국 노동 전문가들은 직장 내 불신을 없애야 가짜노동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불신이 가득한 직장에서 경영진은 직원을 감시하기 위해 끊임없는 확인 절차와 서류 작업을 요구하게 된다. 가짜노동이다. 한편 직원은 경영진이 나를 믿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기 일을 싫어하게 된다. 일종의 자기실현적 최면인데, 일을 경영진과의 갈등 과정으로 보고 감시가 있어야만 근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도 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직원을 믿지 못할 이유가 있는지' 한번 발상의 전환을 해볼 것을 권유한다. 관리·감독을 위한 절차를 없앨 때, 실제로 이 모든 가짜노동이 불필요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진짜노동'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진짜노동'의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_가짜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경제적 자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가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긴 쉽지 않다.

"내 인생에 실제로 큰 비용이 필요한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을 추천한다. 행복과 자유를 누리는 것이 중요한지, 물질적 소유가 중요한지 판단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물론 생활을 위한 일정 정도의 소득은 보장돼야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 갖고 있는 것보다 더 적은 것들을 누리고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가짜노동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_어떻게 하면 한국 사회에서 진짜노동을 실천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노동은 일종의 종교처럼 신성화돼 있다. 아까도 말했듯 금기를 깨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했던 일이 사실은 무의미한 것이라 이야기하며 보완을 위해 조금 더 솔직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또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 사람들이 좀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가짜노동뿐인 나의 일에 만족하지 못해 불행하다면,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의미 있는 일을 찾아갈 수 있는 자유를 누렸으면 한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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