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 극우 선전에 '35세 총리' 가고 '29세 총리' 오나

입력
2024.07.01 16:00
수정
2024.07.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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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차 투표서 극우 국민연합 33% 1위
1995년생 대표 바르델라, 총리 임명 가능성↑
지난 1월 임명된 1989년생 아탈 물러날 채비

올해 1월 '1989년생 총리'를 배출했던 프랑스에서 이제 '1995년생 총리' 탄생이 임박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진행된 총선 1차 투표에서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선전하며 당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29) 총리 임명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다수당 또는 다수 연정이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총리로 임명한다. 반면 '최연소 총리' 기록을 세웠던 가브리엘 아탈(35) 현 총리는 국정 운영을 반년도 하지 못한 채 씁쓸한 마무리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프랑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조르당 바르델라(왼쪽 사진) 국민연합 대표와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 AFP 연합뉴스

프랑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조르당 바르델라(왼쪽 사진) 국민연합 대표와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 AFP 연합뉴스


'총리 고지' 바르델라 "모든 국민 대표"

1일 오전 프랑스 내무부의 1차 투표 결과에 따르면 RN이 주도한 극우 블록은 33.15%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르피가로가 보도했다. 7일 2차 투표를 거쳐야 최종 결과가 나오지만, 극우 블록은 현재까지 확정된 의석수(76석 중 39석)를 포함해 하원 의석 총 577석 중 240~27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바르델라가 몇 주 안에 총리로 추대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이 '공들여' 키운 인물이다. 16세 때 르펜 연설에 반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그는 주요 요직을 거치며 빠르게 성장해 2022년 27세 나이로 당대표에 올랐다. 바르델라 대표는 이민자 단속 강화 등 극우 노선을 주창하면서도 호감형 외모, 온화한 언행, 친근한 소통 등으로 RN에 대한 대중적 지지 확산에 기여했다. '이탈리아 이민자 아들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았다'는 이야기도 그의 인기에 기여했다.

바르델라 대표는 본인 계획보다 빠르게 총리를 맡을 기회를 얻게 됐다. 그는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르펜이 당선될 경우 총리에 오르는 시나리오를 그렸다. 그는 지난달 30일 출구조사 결과에서 RN 선전이 확인되자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총리가 되겠다. 야당을 존중하고, 대화에 열려 있으며, 언제나 국민의 통합을 염려하겠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 홀로 등장해 정제된 다짐을 내놓는 모습에 '총리 데뷔 무대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르당 바르델라(맨 왼쪽) 국민연합 대표와 가브리엘 아탈(맨 오른쪽) 프랑스 총리가 지난달 27일 TV 토론이 열리는 파리의 한 방송국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조르당 바르델라(맨 왼쪽) 국민연합 대표와 가브리엘 아탈(맨 오른쪽) 프랑스 총리가 지난달 27일 TV 토론이 열리는 파리의 한 방송국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1월 '파격 임명' 아탈... 쓸쓸한 퇴장 준비

아탈 총리는 여당인 '르네상스'의 참패가 예상되며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다만 자신의 선거구 오드센에서 43.85% 득표율을 받으며 의석을 지킬 확률은 높아졌다.

아탈 총리는 지난 1월 '파격 임명'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잔여 임기(3년) 동안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인물"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실력 발휘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그는 1차 투표 이후 국민들에게 "극우가 권력의 문 앞에 서 있다. 2차 투표에서는 한 표도 주지 말라"고 호소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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